고객이 친 공에 맞아 코뼈가 부러져 피범벅이 된 캐디.
캐디가 병원에 실려 가는 걸 보고도 18홀의 경기를 모두 즐긴 고객들.
해당 사건이 벌어진 지 1년이 지나도록 사과 한마디 없는 고객은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지난 19일 창원지법은 중과실치상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50대 A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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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2021년 2월 동창생 3명과 함께 경남 의령군 한 골프장을 찾았다.
이들의 경기를 보조하던 30대 여성 캐디 B씨는 당시 A씨가 8번홀에서 친 공이 해저드(골프장 내 움푹 파인 웅덩이 또는 연못)에 빠지자 이동해 공을 칠 것을 안내했다.
A씨가 “가서 칠게요”라고 대답하자, B씨도 다른 일행의 경기 보조를 위해 전방 우측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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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씨는 해저드로 이동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다른 골프공을 꺼내 ‘풀스윙’을 했다.
그 공은 10m 떨어져 있던 B씨의 얼굴을 그대로 강타했다.
엄청난 충격을 받은 B씨는 의식을 잃었고, 각막과 홍채에 손상을 입고 코뼈까지 부러지는 등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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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가 병원으로 실려 가는 것을 본 A씨는 골프장 측에 캐디 교체를 요구하며 18홀을 모두 다 돈 것으로 전해졌다.
B씨 측은 고소장을 통해 “엄벌만이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골프 고객의 갑질 횡포로 언젠가 또 생겨날지 모를 추가 피해자를 보호해달라”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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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1심에서 A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캐디가 다친 후에도 계속 골프를 치는 등 도의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는 행동을 했고 B씨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사고 직후 119에 신고해 B씨가 병원에 이송될 수 있게 조치했고 피해자 치료비 대부분을 부담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벌금형으로 감형한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