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나이에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 ‘갈비 사자’로 불린 바람이. 바람이가 떠난 자리는 ‘바람이 딸’이 메웠다.
9일 김해시 등에 따르면 ‘갈비사자’로 공분을 산 바람이가 머물던 자리에 바람이 딸이 옮겨졌다.
시 관계자는 “생후 4년 된 암사자로, 원래 부경동물원 내 실외사육장에 있다가 아빠가 있던 실내사육장으로 옮겨진 게 맞다”라고 말했다.
이 사육장은 가로 14m, 세로 6m, 25평 정도로 사자가 지내기에 매우 비좁다.
바람이 딸이 이 사육장을 물려받았다는 소식에 김해시청 홈페이지에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김해시청은 “부경동물원 측은 기존 실외에 있던 1마리의 암사자를 실내로 입실시킨 것이며 동물원 폐쇄 절차를 밟아 올해 말까지 폐원하겠다는 의사를 시에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시는 현재 부경동물원의 환경이 뚜렷하게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동물 분양을 유도하고 있으며 소유권을 가진 동물원 측의 조속한 결단과 시설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라며 “열악한 사육 환경에 놓여있는 동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동물원을 수시로 점검해 먹이 공급 및 관리 상태를 확인하고 있으며 수의사 검진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부경동물원이 사유재산이므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시는 조속한 폐쇄와 동물들이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안전하게 분양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도 했다.
한편 2004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난 바람이는 2016년 무렵부터 약 7년간 부경동물원에서 지냈다. 바람이의 나이는 19살, 사람으로 치면 100세가 넘는 초고령 사자다.
그런데 비좁은 실내 시멘트 우리에 홀로 갇혀 앙상한 모습을 한 사진이 공개되며 부경동물원은 논란과 비난의 중심이 되었다.
부경동물원 측은 “코로나19로 최근까지 방문객이 급감해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라며 “동물을 굶긴 적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은 계속됐다.
이후 청주동물원이 바람이를 돌보겠다고 나섰고, 지난달 5일 바람이는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졌다. 바람을 실컷 느끼며 살라는 의미로 ‘바람이’라는 새 이름도 지어줬다. 청주동물원은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건강해진 바람이의 근황을 전하고 있다.
청주동물원에는 19살 수사자 ‘먹보’와 12살 암사자 ‘도도’가 약 2000㎡ 면적의 야생동물 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바람이도 다음달 즈음이면 이들과 합사해 함께하게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