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내세운 뒤 추진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1차 표본조사 결과 2616억 원이 불법적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 전체 지자체 중 5%, 점검 대상 금액의 12%에 해당하는 사업을 조사한 결과 드러난 문제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13일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 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1차로 전체 신재생 에너지 지원사업금 12조 원 중 2조1000억 원, 전체 기초지자체 226곳 중 12곳만 표본으로 골라 조사했다.
정부가 조사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한 만큼 ‘태양광 비리’로 인한 예산 피해가 불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신재생 지원금 빼먹기 사례… 세금계산서 위조에 가짜 버섯농장까지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조사로 적발된 위법·부당 사례 중 가장 많은 적발 사례는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 위법·부적정 대출로 1406건, 1847억 원이었다.
국무조정실은 4개 지자체의 금융지원사업 395개(642억원 규모)를 표본 조사했다. 그 결과 25%에 달하는 99개 사업에서 총 201억원 상당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해 141억원의 부당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태양광 발전시설을 지을 수 없는 농지에 가짜 농업시설을 지어 편법적으로 정부 지원을 받은 사례도 있다. 현행법상 농지에는 태양광 시설을 지을 수 없다. 하지만 버섯 재배시설이나 곤충사육 시설과 함께 설치하면 농지 용도를 바꾸지 않고도 태양광 시설을 지을 수 있다.
이 점을 이용해 농지에 가짜 버섯 재배시설이나 곤충 사육시설을 지은 뒤, 그 위에 태양광 시설을 만들고 대출금을 받은 사례가 4개 지자체에서 총 20곳(34억 원) 적발됐다.
정부는 전력사업의 전기공사비 내역을 시공업체 등의 견적서만으로 확정해 대출을 받은 사례도 158건(226억원) 발견했다. 전기공사비 내역서는 원칙상 전기분야 기술사 등이 작성해야 한다.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보조금 집행 과정에서의 도덕적 해이 역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2019~2021년 사이 한국에너지공단이 실시한 태양광 등 발전시설 설치를 위한 금융지원사업 6509건도 전수 조사했는데 17%에 해당하는 1129건(대출금 1847억원 상당)에서 무등록 업체와 계약하거나 하도급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적발됐다.
30억원 짜리 정비 공사를 200건으로 쪼개서 수의 계약(적당한 상대방을 임의로 선택해 맺는 계약)하거나 보조금 결산서를 부적정하게 작성해 지원 대상이 아닌 타지역 마을회관 건립에 사용하는 등의 사실도 적발됐다.
방문규 국조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무래도 신재생에너지 정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다 보니 탄탄하게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말단에서 집행되는 과정에서 부실 집행 사례가 대규모 확인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조사 시작은 작년부터 한 것이고, 정부가 바뀐 것과 관련이 없다”며 “잘못된 것을 고치고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은 적발된 사례들을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하고, 부당 지원금을 환수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조사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해 추가 점검을 실시하고,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