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죽어도 되는 아기는 없어” 울컥해 말 잇지 못한 판사

By 연유선

“이 세상에 죽어도 된다거나 죽는 게 더 나은 아이는 없습니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524호 법정에서 판결문을 읽어가던 판사는 울컥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피고인은 스무살 남녀 A씨와 B씨다. 두 사람은 갓 태어난 자신들의 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반년 가까이 수감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권영혜 판사는 영아살해·사체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모 A씨(20)와 친부 B씨(20)에게 각각 징역 3년과 2년을 선고했다. 권 판사는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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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1월 11일 새벽 거주지인 서울 관악구 주택 화장실에서 아이를 출산한 직후 수건으로 얼굴을 막아 숨을 쉬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살해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해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A씨와 B씨는 당시 월세 등 부담으로 동거를 하고 있었다. 이들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때는 24주차를 지나 낙태 수술이 어려운 시점이었다. 이들은 낙태 비용 500만원도 없었다.

태어난 아기가 울음을 터뜨리자 A씨는 B씨에게 “못 기르겠다.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말하며 수건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수건을 건넨 B씨는 “못 보겠다. 화장실 문 앞에 있을 테니 언제든 불러라.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아이가 숨질 때까지 문 앞에서 기다렸다.

이들은 처음 시신을 가방에 넣어 싱크대 선반 위에 뒀다가 이후 상의를 거쳐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 밑에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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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A씨가 유일하게 임신과 출산을 알렸던 친구가 이틀 뒤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정식 사건 접수가 이뤄졌다.

A씨와 B씨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아기가 사망한 채 나왔다”고 진술했다. 부검 결과 역시 ‘사인 불명’으로 나오자 경찰은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검찰은 아이가 산 상태로 태어났을 가능성도 있고, 사산했을지라도 이후 살리기 위한 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입건해 정식 수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검찰 의견에 따라 재조사가 이뤄졌고 결국 “아이를 살해했다”는 자백을 얻어냈다.

A씨는 지난달 1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후발언을 하고 법정을 나가는 순간까지 눈물을 흘렸다. 검찰은 “무명의 피해자는 한번도 태명이나 이름으로 따뜻하게 불려보지 못하고 그 부모에 의해 코와 입이 막혀 사망했다”며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권 판사도 이날 떨리는 목소리로 “사람의 생명은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고,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하는 가치”라며 “살아서 태어났음을 온 힘을 다해 알렸던 피해자는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보호자인 부모에게 코와 입이 막혀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생명으로 하여금 세상의 밝은 빛을 보자마자 세상을 떠나게 한 피고인들의 행보는 그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고 죄책이 무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