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으로 쓰러진 80대 노인이 살려달라며 119에 두 번이나 신고하고, 힘겹게 기어가서 대문까지 열어놨다.
그런데 구급대가 출동하지 않아서 7시간이나 방치돼 있었다.
지난 15일 MBC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지난해 팔순을 맞이한 A 씨는 평소처럼 일을 다녀온 지난 6일 밤, 갑자기 쓰러졌다.
고혈압약을 복용하긴 했지만, 평소 여행을 좋아하고 주 3일 하루 4시간씩 공공근로를 나갈 정도로 건강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다음 날 아침 딸과 통화를 하기 전까지 A 씨가 쓰러졌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쓰러진 사이 A 씨는 휴대전화로 119에 두 번이나 전화해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동한 구조대가 집에 들어오지 못할까 봐 겨우 대문까지 기어가서 열어놓고 기다렸다.
하지만 구조대는 출동하지 않았다.
가족들이 정보 공개를 청구해 받은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첫 번째 신고는 받자마자 끊겨 ‘무응답’ 처리됐다.
10초 뒤 다시 걸려온 두 번째 신고는 33초간 통화했는데 “발음이 부정확해 청취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녹취록을 들어보면 A 씨가 어눌하게나마 주소를 2번이나 말하며 “아이 죽겠다. 잠깐만 오실래요”라고 말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애타게 구조대만 기다리던 A 씨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검사 결과 신체 왼쪽 부분 신경이 모두 마비된 뇌경색을 진단받았다.
A 씨의 딸은 “119가 만약에 그때 그 시간, 정상적으로 출동만 했더라면 저희 아빠가 이 상황은 안 됐을 거라고 의사가 말했다. 너무 늦었다. 그게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MBC에 “매뉴얼 미준수까지 확인됐고, 그 당시 왜 그랬는지 당사자도 과오를 인정하는 상황”이라며 “출동하지 않은 건 명백한 잘못이고, 해당 직원을 감사 의뢰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119 상황실 매뉴얼에는 “언어가 불분명한 노인 등이 신고할 때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접수된 신고는 출동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