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에 참전해 안케고지 비탈에서 부하들과 사선을 넘나들던 정태경 대위.
정태경 대위는 안케638고지를 지켜낸 공을 인정받아 을지무공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엔 함께 돌아오지 못한 8명의 부하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 정태경 대위는 치열했던 그때의 전쟁터를 다시 찾았다.
치열했던 그날처럼 습하고 무더운 날씨. 그는 고지에 오르기 전, 한 상점에 들러 물을 잔뜩 샀다.
나무 막대기를 지팡이 삼아 정글 속으로 들어가는 정태경 대위.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우거진 정글이지만, 그는 정확히 길을 기억하고 있었다.
비록 나아가는 것은 더디지만, 익숙한 길이었다. 철수 명령만 떨어지면 부하들을 모두 살려서 데리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에 각인 시켜 놓았던 바로 그 ‘길’이었다.
그렇게 한 장소에 도착했다. 꿈속에서 수도 없이 봤던 바로 그곳이었다.
정태경 대위는 “지금 죽어도 좋은데 물 한 모금만 먹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던 전우들 생각이 나서 그 먹고 싶다던 물을 41년 만에 가지고 왔는데 용서해 줄지 모르겠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가 입구에서 샀던 물은 과거 8명의 부하들에게 나눠주지 못했던 그 물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종이컵에 물을 따르는 정태경 대위는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렀다. 그는 아직도 부하들의 소속, 직급, 이름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것은 2소대장 강희수 중위의 물, 이것은 2소대 선임하사 강원희 상사 물, 이것은 3소대 선임하사 서초신 상사 물”
“이것은 그렇게 물을 달라고 호에서 뛰쳐나와서 이놈들, 올 테면 오라고 뛰어나가다가 전사한 강영기, 그리고 헬기에서 내리다 (다친) 목 부분을 지혈해 주지 못해서 전사한 3소대 박내성 병장”
정태경 대위는 자신이 받았던 훈장을 전우들에게 바쳤다. 그렇게 40여 년 해묵은 짐을 내려놓았다.
“전우들이여, 이 물을 마시고 갈증을 해소해 주길 바라오”
해당 내용은 지난 2013년 5월 25일 최초 방영된 KBS1 ‘다큐극장’에서 소개된 것으로,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해져 재조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