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잔소리하지 않는 부모는 거의 드물다.
부모의 잔소리는 인생을 좀 더 살아온 인생 선배의 경험담이자 조언이지만, 자녀들은 불필요한 소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결국엔 잔소리를 참지 못하고 ‘아동학대’로 부모를 신고하는 자녀들도 있다고 한다.
13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에 사는 중학생 A(14) 군은 지난달 2일 학업 문제로 부모와 갈등을 겪다 아버지 B(50) 씨를 신고했다.
A군은 “부모가 지속해서 욕을 하는데 이것도 아동학대죠?”라고 물으며 “영상을 보내겠다”라고 경찰에 112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사건을 접수한 수서경찰서는 B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수사하고 있다.
그는 성적이 나쁘다며 A군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밀치고 때리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부모와의 갈등 발생 시 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자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곳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는 학업으로 인한 다툼 끝에 자녀가 부모를 신고하는 일이 빈번한 상황이라고 한다.
강남 지역의 한 경찰 관계자는 “많을 때는 하루 2~3건의 신고를 접수할 정도로 잦아졌다”라고 전했다.
경찰 신고가 늘어난 데는 학교 측의 학대 예방 교육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녀가 부모의 훈육을 학대로 느끼는 사례가 과거보다 늘어났다는 뜻이다.
학생으로부터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즉시 현장에 출동한다.
이후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구청에 알려 공동 대응하게 된다.
다만 부모의 잔소리가 훈육과 학대의 경계선에 있는 만큼 일선 경찰들도 사건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식이 부모를 신고해 출동하면 현장에서 상황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신체적 폭력이 있는 등 외적으로 학대가 명확해 보일 때는 문제가 없지만, 언어 폭력·정서적 학대라고 하면 대응이 쉽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또한 적극적인 아동학대 신고가 이뤄지는 건 바람직하지만, 수사기관 개입이 능사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