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이 늘어나면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때로 ‘나이가 어리니까’ ‘실수 한 번에 너무 가혹해’ 등등의 이유로 피해자보다 오히려 가해자가 배려받기도 한다.
그 사이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19일 SBS 뉴스는 ‘묻지마 폭행’을 당한 초등학생이 가해 학생들과 여전히 한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피해 학생은 학교에 가야 하는 것 때문에 “살기가 싫다”고 호소했다.
경기도 수원의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인 A군은 웃음이 많고 친절해 지난해 학급회장을 맡기도 했다.
밝았던 A군은 학기 초 선배들에게 이유없이 폭행당한 후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11일 금요일 오후, 6학년 형들이 자전거를 타던 A군에 말을 걸었다.
그중 B군이 자기가 학교에서 가장 싸움을 잘한다면 ‘누가 센지 보자’며 A군을 때리기 시작했다.
A군은 다음 날도 B군 일행에게 끌려다녔고 B군은 근처에 있던 여학생에서 욕을 하라고 강요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죽여버린다는 협박에 A군은 욕을 했고, 영문을 모르는 여학생들이 A군을 몰아넣고 따졌다.
이 과정에서 A군의 팔이 한 여학생의 신체에 닿았다.
이후 B군 일행은 A군을 폭행하고 A군 신용카드로 음식을 사 먹기도 했다.
그날 밤 B군은 온라인 채팅방에 A군을 초대했고, 그곳에는 낮에 만났던 여학생 등 9명이 있었다.
B군은 A군을 성추행 가해자로 몰았고, 무려 4시간 넘게 사과를 강요했다.
견디다 못한 A군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자 이를 종용하기도 했다.
A군 어머니에 따르면 이날 A군은 너무 힘들어서 실제로 옥상에 올라가려고 했다고 한다.
13일인 일요일에도 B군 일행은 A군을 불러내 ‘성추행을 사과하라’고 폭행했고, 학교폭력 신고센터에 A군을 성추행 가해자로 신고했다.
경찰이 집으로 찾아온 후에야 A군 어머니는 아들이 학교폭력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A군은 사흘간 이어진 폭행으로 왼쪽 무릎이 골절된 상태였다.
학교에서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폭력을 주도한 B군은 출석정지 10일 처분이 내려졌다.
더 큰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가해학생 무리가 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A군은 등교는 물론이고 외출조차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이명,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났고 최근에는 눈에도 문제가 생겼다.
병원에서는 안압이 높아져서 그렇다며, 반복되면 30대가 되기 전 실명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어려움에도 가해학생을 확실히 분리 조치하겠다는 교장의 약속에 A군은 다시 등교했다.
그런데 A군은 B군과 학교 복도에서 정면으로 마주쳤고, 화장실로 도망가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놀란 A군의 어머니가 학교로 찾아가자 교장은 “학교를 나오라는 소리도 못 하겠고 학교를 나오지 말라는 소리도 못 하겠네”라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도 통화할 때마다 가해자의 사과 편지를 읽어보라는 말만 반복했다.
가해 학생들과 분리 조치를 제대로 해달라고 교육지원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증거가 없어서 다시 학교폭력심의위원회를 열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눈에 이상을 느낀 A군이 학교 보건실을 찾았지만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일도 있었다.
A군은 “처음엔 (학교에) 바라는 점이 많은 것 같았는데 지금은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다니는 학교 때문에 살기가 싫어요”라고 절망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B군 등을 기소 의견으로 수원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