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산다고 독립운동가 명예에 누가 될까 봐 명패 반납한 할아버지

By 김연진

“나라가 생겨서 이렇게 우리를 돌봐주는 분들이 생기고, 감사히 생각하지요”

독립운동가 김정규 선생의 아들인 김중정 할아버지는 물이 줄줄 새는 비닐하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친을 따라 혹독한 시절을 겪었던 김중정 할아버지에게 남은 것은 ‘독립유공자의 집’이라고 새겨진 명패와 비닐하우스뿐이었다.

한국해비타트

김중정 할아버지는 독립군을 토벌하는 간도특설대의 표적이었다.

그래서 한겨울에 반바지 차림으로, 부친과 함께 연길에서 하얼빈까지 도망쳐야 했다. 할아버지는 당시를 떠올리며 울먹였다.

“옷이 없어서 겨울에 반바지를 입고 살았어요. 그게 말이 돼요? 그렇게 컸습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김중정 할아버지는 지금도 몸에 장애가 남아 있다. 할아버지의 자녀들도 몸이 불편하다.

한국해비타트

이런 상황에서 이렇다 할 집을 구하지 못해 비닐하우스 안의 임시 주택에서 살고 있다.

김중정 할아버지는 ‘독립유공자의 집’ 명패를 반납하고, 그 대신 태극기를 걸어 둔다고 고백했다.

“독립운동한 사람들이 이런 비닐하우스에서 산다고 남들이 비웃을까 봐, 그러면 독립유공자 명예가 훼손될 거 같아서 명패를 반납했어요”

한국해비타트

국제 주거 복지 대표 비영리기관 ‘한국해비타트’ 측은 독립운동가 후손 김중정 할아버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면서,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위한 온라인 모금을 진행했다.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목표 금액을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