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생일상을 차리던 중 잠이 들어 아파트에 불이 나게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주부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지난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 3 단독(부장판사 김지나)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4) 씨에게 벌금 5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11월 7일 새벽 1시 40분쯤 집에서 25살 생일을 맞은 딸의 생일상을 차려주기 위해 가스레인지와 압력밥솥을 이용해 소 갈비찜을 조리했다.
이 과정에서 거실 소파로 이동해 쉬다가 잠이 들었고, 새벽 3시 34분께 압력밥솥 내의 소 갈비찜을 모두 태우고 주방 벽면 등에 옮겨붙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딸은 불길 때문에 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뒤늦게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불은 A씨 집과 아파트 복도, 공용 엘리베이터 등을 태우고 진화됐으나 이로 인해 2억5300여만 원의 피해가 났다.
또 같은 동에 거주하던 주민 5명이 대피하다 골절상을 입거나 연기 흡입 등으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경비원 B씨는 화재 직후 화재경보기가 울렸지만, 이를 오작동으로 생각해 약 7분간 경보기를 강제 종료해 주민들이 즉각 대피하지 못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법정에 선 A씨에게 “자신의 실수로 딸이 꽃다운 청춘에 생을 마감한 것에 대해 끝없이 자책하면서 평생 비통하고 애절한 아픔을 떨치지 못하는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서 “피해를 본 주민 모두 피고인의 비극을 안타까워하며 처벌은 원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화재보험을 통해 적절한 피해보상이 이뤄진 점,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참혹한 결과를 피할 수 있었던 점을 종합해 A씨의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비원 B씨에게는 금고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80시간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로 참혹한 결과를 피하지 못한 점에서 죄책이 중하지만 피해자 유족이 극심한 슬픔을 딛고 용서의 뜻을 표한 점, 주민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경비원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 온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