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고 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최근 이태원 압사 사고 당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혼자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 경찰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화제가 됐다.
영상 속 경찰관은 서울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 소속 김백겸(31) 경사였다.
당시 김 경사는 사고 발생 전, 발생지 인근에 후배 경찰 2명과 단순 시비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끔찍한 현장을 목격했다.그는 무전으로 지원요청을 했고, 이후 도착한 다른 경찰관들과 구조 활동을 했지만 현장에 계속 압력이 가해져서 사람을 빼내는 데 더욱 힘든 상황이었다.
일단 뒷골목에 있는 인원을 먼저 빼내야 한다는 판단에 뒷골목으로 달려가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려 애썼다.
영웅 경찰관으로 알려진 그와 함께 이태원 파출소 직원들 모두 현장 대응을 위해 애썼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는 상황에 놓였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면서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은 미흡했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경찰청도 이날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관할인 서울 용산경찰서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부실한 대응으로 질타받게 된 이태원 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올리며 이태원 파출소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오늘 뉴스를 보며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청장의 현장대응 미흡에 대한 감찰지시와 각종의 언론보도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글을 쓴다”고 밝혔다.
A씨는 이태원 파출소 직원의 90%가 20~30대인데다 30% 정도는 시보도 끝나지 않은 새내기 직원이라고 했다.
그는 “112 신고에도 현장 통제를 왜 안 했냐고요? 그날 본 근무직원 11명이었고 탄력근무자 포함 총 30명 남짓 근무했다”라며 시간당 수십 건씩 오는 112 신고를 처리하기도 벅찼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10만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했다. 그 대비는 이태원파출소 소속 직원만 해야 했나?”라며 “경찰청, 서울청은 뭐하셨나?”라고 반문했다.
A씨는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었다. 살려달라 내밀던 모든 손을 잡아주지 못해 괴로워하는 젊은 경찰관들이다. 자신을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현장 경찰관들에게 사고에 대한 책임까지 짊어지게 하는 것이 최선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이태원 파출소 직원 B씨는 어젯밤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참사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글에 따르면 몰려든 인파로 압사가 우려된다는 112 신고는 매해 핼러윈과 지구촌축제, 크리스마스 시기마다 있었다.
그는 당시 근무 중이던 이태원 파출소 직원 20명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고 강조했다.
112 신고를 처리하고,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나 많아 20명으로는 역부족이었다는 것.
또 사고 당일 밤 9시 38분에는 112상황실장이 안전 우려로 이태원역에 무정차 통과를 전화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축제에 대비해 기동력 지원도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B씨는 112 신고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발언한 윤희근 경찰청장은 정면으로 비판했다.
윤 청장 발언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은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낙인 찍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29일 사고 당일 이태원 일대에 예년 수준인 137명의 경찰 인력을 투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인력 대부분이 마약범죄·성범죄 단속 등 치안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