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동안 키운 내 강아지 은비를 더 이상 키울 수 없게 됐어.
은비를 좀 데려가서 키워줄 사람 있을까…?”
14년을 함께한 반려견을 왜 못 키우겠다는 건지.
지난해 4월, SBS ‘TV동물농장’ 제작진은 이처럼 이상한 제보를 받고 직접 찾아가 봤다.
제작진이 찾아간 경기도 고양시 한 가정집에는 몸조차 일으키지 못하는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췌장암 말기로, 의사에게서 앞으로 3개월 정도 더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할머니는 입원도 하지 않고 집에서 진통제로 버텼다.
할머니의 유일한 가족, 14살 강아지 은비 때문이었다.
은비에게도 할머니는 유일한 가족이었다. 입원할 경우 혼자 있어야 할 은비가 걱정돼 할머니는 고통을 참아내고 있었다.
10년 넘게 할머니만 바라보고 산 은비를 두고 병원에 들어갈 수 없어, 지옥 같은 고통을 홀로 참아온 할머니.
그런 할머니의 고통을 위로해주는 건 은비뿐이었다.
은비도 알고 있는 걸까. 할머니가 아픈 뒤로, 은비는 조용히 할머니의 곁에 앉아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할머니는 “은비는 파주 개 공장에서 태어나서 다 죽어가는 거 데려다 살린 불쌍한 강아지”라고 털어놓았다.
개 공장에서 구조된 은비는 할머니의 정성으로 건강하게 자라났다. 똑똑하고 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아프면서 은비 역시 눈에 띄게 생기를 잃었다. 얼마 전부터는 밥 먹는 것조차 거부하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내가 아픈 거 보니까 얘가 불안해서 밥을 안 먹고, 잘 놀지도 않으려고 한다”고 걱정했다.
얼른 보내는 게 은비를 위해서라는 생각이 든다는 할머니. 은비를 위해서는 더 이상 이별을 미룰 수 없었다.
“은비야. 할머니가 끝까지 못 지켜줘서 미안해.
좋은 가족 만나서 행복하게 살다가 와.
그러면 하늘나라에서 우리, 별이 되어서 만나자”
이후 은비는 새 가족을 만나 입양됐다. 생각보다 잘 적응했고, 은비는 마지막으로 할머니와 영상통화를 했다.
“은비야. 고생 많이 했지? 엄마 말 잘 듣고 살아라. 사랑받고”
할머니가 은비를 위해 선택한 가슴 아픈 이별은 은비가 다시 누군가의 가족으로 사랑받으면서 살 수 있는 봄날을 선물해주었다.
1년이 지난 뒤, 온라인상에는 은비의 근황이 전해졌다. 지난 5월 새 가족과 건강하고 즐겁게 산책하는 은비를 만났다는 목격담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