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추가 맵다”는 우리나라 속담은 남극에서도 통했다. 땅딸만 한 몸집에 성질머리 하나로 남극을 호령한 펭귄의 영웅담이 전해졌다.
최근 영국 공영 방송 BBC는 남극에 사는 펭귄들을 관찰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이날 방송에는 아직 어린 아기 황제펭귄들이 천적을 맞닥뜨리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어른 황제펭귄의 보호 없이 자기들끼리 설원을 지나던 아기 황제펭귄들이 큰풀마갈매기를 마주친 것. 큰풀마갈매기는 아기 황제펭귄을 잡아먹고 산다.
아기 황제펭귄들은 한데 뭉쳐서 천적에 맞섰다. 가운데에 체구가 작은 친구들을 숨겨놓고, 밖에는 체구가 큰 아기 황제펭귄들이 섰다.
맨 앞에 선 아기 황제펭귄은 몸을 쭉 펴고 서서 최대한 커 보이려 애쓰며 친구들을 보호했다.
저항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침묵 속 갈매기와 아기 황제펭귄들의 숨 막히는 대치가 이어졌다.
그러나 아기 황제펭귄들이 천적을 위협한답시고 내는 “삐약, 삐약” 울음소리조차 아직은 아기 그 자체였다. 이러다간 끝내 누군가 잡아먹힐지도 몰랐다.
그때였다. 뜻밖의 지원병이 나타났다. 아델리펭귄이었다.
설원 저 끝에서 엎드려 있던 아델리펭귄 한 마리가 몸을 일으켰다. 녀석은 이윽고 찹찹찹 발바닥 소리를 내며 열심히 걸어왔다.
그렇게 혼자 유유히 등장한 아델리펭귄은 아기 황제펭귄들 앞에서 양 날개를 쫙 벌리고 당당하게 섰다.
다 큰 어른 아델리펭귄이었지만 아기 황제펭귄들보다 머리통 하나가 작은 모습이었다.
황제펭귄은 펭귄 중에서도 크고, 아델리펭귄은 펭귄 중에서도 작은 종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녀석은 위풍당당했으니, 아델리펭귄은 사나운 성격으로 유명하다. 아닌 게 아니라 녀석의 눈빛은 어딘지 모르게 광기(?)가 서려 있는 듯했다.
갈매기 또한 아델리펭귄의 성질머리를 알고 있을 터. 아델리펭귄의 등장에 뻘쭘한 듯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던 갈매기는 결국 패배를 인정하고 알아서 자리를 피했다.
아기 황제펭귄들은 든든한 아델리펭귄과 함께 여정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