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충북 영동군 영동읍에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출몰했다.
녀석은 산기슭 외진 길에 놓여 있던 벌통 6개 가운데 4개를 부수고 꿀을 먹어 치웠다.
확인 결과, 꿀 도둑의 정체는 반달가슴곰 ‘KM-53’이었다. 사고뭉치인 녀석은 ‘오삼이’라는 친근한 별명까지 얻었다.
지난 2015년 1월에 태어난 오삼이는 같은 해 10월경 지리산에 방사됐다. 이때부터 녀석의 모험이 시작됐다.
오삼이는 지리산, 수도산, 금오산, 가야산 등에서 끝도 없이 출몰했다. 한반도 남쪽 대부분을 탐험하듯이 돌아다녀 ‘콜럼버스 곰’이라는 별명까지 추가로 생겼다고.
2017년에는 두 차례나 수도산에 나타나 지리산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다 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 오삼이가 다시 수도산으로 향하려다가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이 사고로 오삼이는 앞발을 크게 다쳤고, 12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당시 전 세계 최초로 복합골절 수술을 받은 곰으로 기록됐다.
오삼이가 건강을 회복하자, 녀석의 의지를 존중해 다시 수도산에 풀어줬다. 그랬더니 2019년에는 금오산에 깜짝 출몰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야말로 종횡무진.
행적을 종잡을 수 없는 오삼이. 2020년에는 충북 영동의 한 양봉 농가에서 꿀 4통을 훔쳐먹다가 발각됐다. 꿀 도둑 오삼이는 멀리서 다가오는 등산객을 발견한 뒤 재빨리 도망쳤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러던 중 오삼이의 반가운 근황이 전해졌다.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 오삼이는 충북 영동의 한 등산로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오삼이는 이번에도 벌꿀 통을 부수고 달아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 관계자는 “올해에는 (오삼이의) 이동 경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파악된 바로는 가야산에서 민주지산까지 활동 영역을 정한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