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하듯 빨래를 당하던(?) 길고양이가 있었다.
고무대야에 담긴 채 고무장갑을 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벅벅 목욕을 당하던 길고양이 ‘점순이’다.
고양이과 동물은 물을 피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점순이는 얌전히 목욕을 했다. 그만큼 자기를 보살피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믿고 따랐던 것.
목욕하는 점순이의 귀여운 모습은 방송을 타고 널리 알려져 한 차례 인기를 끌었다.
그런 점순이의 안타깝고 씁쓸한 근황이 전해졌다.
지난 2015년 KBS는 매년 봄마다 ‘길고양이 목욕 행사’가 열리는 서울 한 식당가 골목을 취재, 방송했다.
이곳 골목 상인들은 매년 봄마다 다 같이 모여 평소 보살피는 인근 길고양이들을 목욕시키는 행사를 치르곤 했다. 점순이도 그중 한 마리.
“점순아 너 인물 났다. 너 오늘 밖에 나가지 마라. 뽀뽀해주고 싶네 너무 착해서”
상인들은 “오랜 시간 같은 골목에서 지내왔기에 점순이를 비롯한 길고양이들에게 더욱 정이 간다”며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이곳 골목에서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하던 상인들 중 길고양이에게 호의적이었던 이들이 가게 문을 닫았다.
그 뒤로 분위기가 변했다. 상인 대부분이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로 바뀌었다.
남은 주민들 중 길고양이들을 보살피려는 주민들은 이에 사람 없는 새벽에 나가 밥을 챙겨주고 거리를 깨끗이 청소하며 더욱더 신경 썼다.
그러나 상인들은 아예 보금자리와 밥그릇까지 없애며 길고양이들을 더 이상 보살피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알려졌다.
과거 아무 걱정 없이 따사로운 햇볕을 쬐며 평화롭게 낮잠도 자던 길고양이들도 점점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한번 사람에게 마음을 열었던 이곳 길고양이들은 여전히 사람을 믿고 따른다.
하지만 말 못 하는 녀석들도 자기들을 미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 건지, 이제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만 조심스럽게 다닌다.
이런 가운데 누군가 길고양이들이 마시는 물그릇에 탈취제를 뿌리며 테러까지 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길고양이 중 몇 마리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이에 길고양이들을 보살피는 주민들은 녀석들이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입양 또는 임시보호처를 구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쉽지 않다.
현재 점순이를 비롯한 길고양이들은 몸 상태도 나빠 치료와 보살핌이 더욱더 절실하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