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심이 없어도 너무 없다” 진짜 바보라서 바보라고 이름 지어진 ‘얼가니새’

By 안 인규

“진짜 바보한테 바보라고 놀리면 상처받으니까 그러지 마라”는 말이 있다. 여기, 바보처럼 생기고 이름도 바보 같아서 놀리고 싶다가도, 진짜 바보라서 짠한(?) 가 있다.

태평양에 있는 갈라파고스 섬에는 섬을 대표하는 바보 새, ‘부비새’가 산다.

‘부비(Booby)’는 스페인어 ‘보보(Bobo)’에서 유래했다. 스페인어로 바보라는 뜻이다. 부비새는 우리나라에서는 얼가니새라고 불린다. 얼간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아기 부비새 / christmas.net.au
다 자란 부비새 / 페이스북 ‘fanpage.it’

이름처럼 다소 맹한 인상인데, 부비새는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사람들이 자기를 잡으려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쉬면서 멍 때리고 있다가 그냥 잡히곤 한다.

사람만 피하지 않는 게 아니다. 부비새와 같이 갈라파고스 섬에 사는 새 중 하나인 핀치새는 부비새의 날개를 물어뜯고 흐르는 피를 먹고 산다.

부비새는 날개가 물리는데도 피하지 않고 그냥 내어준다. 착해도 너무 착한(?) 새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부비새 / 온라인 커뮤니티
전문가한테 순순히 잡힌 부비새 /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도 부비새가 몇 차례 목격되고 잡히기까지 한 적이 있다. 태풍을 타고 길을 잃거나 해서 우리나라에 온 경우다.

실제 지난 2020년 9월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를 덮쳤을 때 부비새 한 마리가 태풍을 타고 우리나라 제주도로 불시착한 바 있다.

길을 잃고 우리나라에 들른 부비새들은 보통 주민들에게 발견, 구조된 후 보호시설에서 기력을 찾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