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바보한테 바보라고 놀리면 상처받으니까 그러지 마라”는 말이 있다. 여기, 바보처럼 생기고 이름도 바보 같아서 놀리고 싶다가도, 진짜 바보라서 짠한(?) 새가 있다.
태평양에 있는 갈라파고스 섬에는 섬을 대표하는 바보 새, ‘부비새’가 산다.
‘부비(Booby)’는 스페인어 ‘보보(Bobo)’에서 유래했다. 스페인어로 바보라는 뜻이다. 부비새는 우리나라에서는 얼가니새라고 불린다. 얼간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름처럼 다소 맹한 인상인데, 부비새는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사람들이 자기를 잡으려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쉬면서 멍 때리고 있다가 그냥 잡히곤 한다.
사람만 피하지 않는 게 아니다. 부비새와 같이 갈라파고스 섬에 사는 새 중 하나인 핀치새는 부비새의 날개를 물어뜯고 흐르는 피를 먹고 산다.
부비새는 날개가 물리는데도 피하지 않고 그냥 내어준다. 착해도 너무 착한(?) 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비새가 몇 차례 목격되고 잡히기까지 한 적이 있다. 태풍을 타고 길을 잃거나 해서 우리나라에 온 경우다.
실제 지난 2020년 9월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를 덮쳤을 때 부비새 한 마리가 태풍을 타고 우리나라 제주도로 불시착한 바 있다.
길을 잃고 우리나라에 들른 부비새들은 보통 주민들에게 발견, 구조된 후 보호시설에서 기력을 찾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