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95세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올해 98세 할머니가 첫 개인전을 열었다. 다음 주까지 볼 수 있다.
2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갤러리 라메르에 따르면, 이곳 갤러리는 다음 달 2일까지 정옥희 개인전 ‘자연의 풍경’을 개최한다. 수채화 50여 점이 이번 개인전에 출품됐다.
1925년생 정옥희 할머니는 결혼 후 7남매를 키워온 한국 어머니 그 자체였다. 그러다 몇 년 전 뇌경색이 찾아와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어느 날 사위가 병문안을 왔다. 정옥희 할머니는 “일제강점기에 어린 학생이었을 때 그림을 곧잘 그리곤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사위는 다음 방문 때 수채화 물감과 붓을 들고 왔다.
선물을 받은 정옥희 할머니는 휠체어로 거동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매일 혼자 2~3시간씩 그림을 그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요양병원 면회가 금지됐을 때도 그림을 그렸다.
그림에 집중하다 보니 그림 실력은 물론, 건강까지 회복됐다. 요양병원에서 퇴원해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유년 시절 기억 속 맑고 소박한 풍경을 계속해서 그려갔다.
처음 그림을 시작하고 3년 반 동안 그린 수채화는 200점이 넘어섰다. 이 중 50여 점을 골라 이번 개인전에 걸었다. 작품성 또한 평가할 가치가 있다.
박명인 미술평론가는 정옥희 할머니를 나이브 아티스트(Naive artist)로 칭했다. 나이브 아트란 경건할 만큼 소박한 태도로 건강한 리얼리즘을 예술의 기초로 삼는 방식을 가리킨다.
박 평론가는 “가식이 없고, 마음이 가는 대로 연상되는 대로 묘사해 순수하다”며 “마르크 샤갈의 작품을 보듯 환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 98세의 정옥희 할머니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