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넘치면 말세가 온다” 한국에 큰 재난 닥치기 전마다 물 넘친 신비의 ‘말세우물’

By 윤승화

약 5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 충북 증평군 사곡리 사청마을에는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쓰는 우물이 하나 있다.

버드나무 틀을 설치하고 그 위에 돌을 쌓아 올린, 조선 시대 우물 모습을 오늘날에도 그대로 유지한 이 우물은 1456년 조선 세조 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우물에는 전설이 하나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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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6년 어느 더운 날, 한 스님이 이 마을을 지나가다가 마을 주민에게 물 한 잔만 얻어 마시길 청했다.

자신의 집으로 스님을 모셔온 주민은 마침 길어놓은 물이 다 떨어졌다며 잠깐만 기다리라고 한 후 물동이를 지고 나갔다.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나도 집주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스님은 목이 마른 것도 잊고 호기심이 생겨 집주인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드라마 ‘무신’ 화면 캡처

저녁 무렵, 집주인은 숨을 몰아쉬며 땀을 줄줄 흘린 모습으로 물동이를 이고 돌아왔다. 스님이 물었다.

“샘이 멀리 있나 보오?”

“이 마을에는 샘이 없습니다, 스님. 그래서 10리쯤 걸어가서 길어오느라 늦었습니다”

집주인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한 스님은 지팡이로 집 마당을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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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는 물이 귀하겠구려. 마을 땅이 층층이 돌로 뒤덮여 있으니… 하지만 내가 보답하기 위해 좋은 우물 하나 선물하겠소”

스님은 그길로 집 밖으로 나와 마을 구석구석을 살폈다. 그러더니 커다란 바위 근처에 가서 지팡이로 세 번 두드려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바위를 파시오”

마을 사람들은 의아함에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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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여기는 바위인데요? 물이 나올 리가 없잖습니까?”

“아니, 여길 파면 겨울에는 더운물이, 여름에는 시원한 물이 나올 겁니다. 또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고 장마 때도 넘치지 않을 겁니다”

마을 사람들은 스님의 말을 믿고 바위를 파기 시작했다. 그렇게 닷새가 지나니 바위틈에서 샘물에 솟았으며, 이곳이 우물이 되었다.

마을 사람 모두가 기뻐하는데 스님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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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물은 장마에 넘치거나 가뭄에 줄어들 일이 없을 것이오.

그러나 이 우물은 꼭 세 번 넘치는데, 물이 넘칠 때마다 나라에 큰 변이 일어날 것이오.

물이 세 번 넘치는 날에는 이 세상이 말세가 될 것이니, 그때는 마을을 떠나시오”

이 말을 남긴 스님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연합뉴스

그로부터 500년이 넘게 지났다.

현재까지 이 우물은 두 번 넘쳤다.

첫 번째는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던 해 정초에 우물이 넘친 일이다.

두 번째는 1910년 정월 중순인데, 이때 우물이 넘친 뒤 같은 해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는 경술국치가 일어났다.

SBS 보도 화면 캡처

우물이 넘칠 ‘뻔’ 한 적도 있었다.

1950년 6월 24일 우물이 1m 내외로 불어났고, 이튿날 6·25 전쟁이 발발했다.

이는 2000년대까지 생존했던 마을 주민들이 실제 목격담을 전하며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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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는 스님의 말대로, 실제 극심하게 가물었던 지난 2015년에도 우물은 한결같은 수심을 유지했다.

태풍 ‘매미’ 등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인근 지역이 수해를 입었을 때도 이 우물은 넘친 적이 없다.

오늘날도 이곳 마을 사람들은 이 우물을 아끼고 위하며 정성껏 보살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