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인간극장 나와 비웃음 당했던 ‘두더지 포획기’ 발명가 할아버지의 소름 돋는 근황

By 안 인규

16년 전인 지난 2006년, KBS ‘인간극장’에는 충남 예산군 시골 마을에 사는 어느 발명가 아저씨가 출연했다.

발명할 때, 발명품에 누군가 관심을 보일 때 가장 신이 나는 임구순 씨였다.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제대로 배우지 못했지만 자신이 농사를 지으며 몸소 느낀 불편함을 교재 삼아 독학으로 발명을 시작했다.

구순 씨는 “대기업 연구소도 있고 공부도 많이 한 사람이 있겠지만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면서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이에 구순 씨는 당시 농업박람회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이 직접 발명한 발명품을 선보이려 찾아갔다.

KBS ‘인간극장’
KBS ‘인간극장’
KBS ‘인간극장’

구순 씨의 발명품은 두더지 포획기. 두더지는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농부들이 애써 가꾼 농작물의 뿌리를 건드려 농사를 망치는 동물로 악명이 높다.

그러나 구순 씨는 입장 거부당했다. 농기구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박람회 바깥 논두렁에서라도 홍보를 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농사짓는 분들, 두더지 잡는 거. 두더지 백발백중 잡히는 거예요”

“없어유. 두더지가 어디 있슈?”

KBS ‘인간극장’
KBS ‘인간극장’
KBS ‘인간극장’

같은 시각 남편이 잘하고 있나 궁금해진 부인 김도환 씨가 전화를 걸었다.

“사람들은 내가 그냥 우스울 뿐인가 봐…”

“당신이 왜 우스워?”

전화 통화를 끝낸 부인은 한달음에 남편이 있는 박람회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초라하게 앉아있는 남편이 있었다.

부인은 남편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왜 가지 않냐는 제작진의 물음에 부인은 “지금 가면 저 이가 자존심이 더 심난할 것 같다”고 답했다.

KBS ‘인간극장’
KBS ‘인간극장’
KBS ‘인간극장’

멀리서 한참 지켜만 보다 돌아온 아내. 남편은 그날 밤 잔뜩 풀이 죽은 채로 귀가했다.

“두더지 피해 보는 사람들이 글자만 봐도 쫓아와 물어볼 줄 알았어…”

아주머니는 “기운 떨어졌으니 기운을 차려야 뭘 할 것 아니냐”며 삼겹살을 준비했다. 아저씨는 삼겹살을 먹다 눈물을 보였다.

“처음부터 돈 내 버려가며… 그냥 다른 사람들 말대로 깨끗하게 옷 입고 앉아서 (하던 전자상가) 다니는 게 나은데…”

그러자 아주머니는 역정을 냈다.

KBS ‘인간극장’
KBS ‘인간극장’
KBS ‘인간극장’

“그게 뭐가 필요해, 돈이. 돈 좀 안 벌리면 어뗘? 남의 집 전등 달러 다니는 것보다 지금이 훨씬 멋있어. 당신은 그래도 발명이라는 것을 하고 싶어 했잖아”

아저씨는 부인이 건넨 말에 고개를 푹 묻으며 끝내 오열했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났다. 구순 씨와 구순 씨의 발명품은 어떻게 됐을까. 말 그대로 해외에서 대박을 쳤다.

구순 씨의 두더지 포획기는 땅에 꽂아 놓으면 두더지가 땅속을 지나가다 센서를 건들면 잡히는 획기적인 방식으로 특허를 받았다.

특허를 받은 뒤, 시큰둥했던 국내와는 반대로 해외에서 관심이 쏟아지며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MBN
유튜브 ‘달라스튜디오’
유튜브 ‘달라스튜디오’

실제 현재 두더지 포획기는 거대한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까지 수출되고 있다.

두더지 포획기는 100% 수제작이다. 자동화 공정이 아니라 구순 씨가 손수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하루 4개까지밖에 만들 수 없다.

어느덧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된 구순 씨는 지치지 않고 차근차근 두더지 포획기를 제작해서 수출했다.

그리고 건물을 사들여 건물주로 등극했다.

구순 씨는 건물에 ‘두더지 포획기’라 적힌 커다란 간판을 달고 자신만의 작업실 공간도 만들었다. 같은 건물에서 아들은 식당을 운영한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