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손에 자란 손주들을 두 눈 퉁퉁 붓도록 울게 만든 ‘동시’

By 김연진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지은 ‘동시’ 한 편이 수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밀번호’라는 제목의 동시가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비밀번호’는 할머니와의 추억과 그리운 온기,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정겨운 소리 등을 녹여낸 작품이다.

할머니가 집에 오실 때마다 천천히, 서툴게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를 작품 속 공백으로 표현해냈다.

문현식 작가의 동시 ‘비밀번호’

그러면서 ‘제일 천천히 눌러도, 제일 빨리 나를 부르던’이라는 문구로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이 인상적이다.

할머니가 비밀번호를 천천히 누르시는 그 소리의 공백에 ‘보고 싶은 할머니’라는 문구를 대입했다.

동시 ‘비밀번호’는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찬사를 받았다. “초등학생이 지은 시”라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더욱더.

누리꾼들은 “할머니 생각에 눈물이 난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 나는 작품”, “초등학생이 정말 대단하다”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사실 ‘비밀번호’를 쓴 사람은 초등학생이 아니라, 초등학교 교사였다. 어린 학생들의 시선으로 할머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동시를 지은 것이다.

지난해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동시 작가 문현식씨는 “경기도 광주하남 교육지원청에서 장학사로 근무하고 있다. ‘비밀번호’는 과거 초등학교 교사 시절에 지은 동시”라고 소개했다.

이어 “저희 외할머니의 이야기다. 예전에는 할머니가 집에 반찬도 가져다주시고, 용돈도 주러 오시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몸이 불편하셔서 오시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 그리움의 정서가 할머니가 스스로 열고 들어오지 못하는 그 대문으로 모아지면서 그리움의 소리를 담은 작품을 쓰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