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볼일을 볼 때 화장실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세계 화장실 문화의 모든 것을 바꾼 선구자가 바로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최근 트위터상에서는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과 프랑스 등 나라들의 위생 수준을 겪은 누리꾼들의 불만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현재 프랑스에 거주 중이라고 밝힌 익명의 누리꾼 A씨는 “파리에서 똥오줌 냄새가 나는 이유는 사람들이 진짜 아무데서나 볼일을 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왜 화장실에 가지 않고 아무데서나 볼일을 본다는 걸까.
공식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 있는 공중화장실은 2017년 기준 585곳이다. 이마저도 파리 지하철에는 공중화장실이 단 한 곳도 없다.
백화점이나 주유소 등에 있는 화장실은 유료다. 공중화장실이 유료인 것은 유럽의 또 다른 선진국인 독일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2014년 기준 서울에만 공중화장실이 5,500여 곳 있다. 거의 대부분이 무료다.
프랑스는 물론, 많은 해외 국가의 경우 적은 공중화장실 개수뿐만 아니라 청결도 문제다.
미국 뉴욕에 거주 중인 B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공중화장실은 제대로 된 데가 없다”며 “한국만큼 깔끔한 곳은 미국에 없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는 공중화장실 수도 많고, 무료며, 비교적 청결도도 높은 걸까.
이는 한국에서 한국인이 설립한 세계화장실협회(WTA) 덕이 크다.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6년, 당시 경기 수원시장으로 있던 故 심재덕(1939~2009) 선생은 2002 월드컵 개최도시 유치 사업에 한창이었다.
이때 심재덕 선생은 전 세계 관람객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월드컵을 즐기기 위해서는 화장실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재덕 선생은 곧바로 월드컵 유치에 앞서 화장실 문화 개선 사업을 벌이고 수원시 공공기관 등의 공중화장실을 갈아엎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손 씻기 장려운동도 전개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멀쩡한 화장실을 왜 뜯어고치냐며 세금을 쓸데없이 낭비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시장이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손이나 씻는다는 조롱도 빗발쳤다.
하지만 인류의 보건과 위생, 생활 안정을 향상하려면 화장실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는 심재덕 선생의 신념은 확고했다.
그렇게 1999년에는 한국화장실협회를 창설하고 2007년에는 세계화장실협회를 창립했다.
긍정적인 목소리는 외국에서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한국 수원의 공중화장실 시스템이 정말 좋다”는 칭찬이 잇따르며 수원이 ‘화장실 혁명’의 발상지로 평가받게 됐다.
그러자 서울 등 다른 지자체들도 화장실 개선의 필요성에 눈을 떴다. 다른 많은 지역에서 심재덕 선생의 화장실 개선 사업을 벤치마킹했다.
이를 기점으로 전국 대부분 화장실이 상당히 깨끗해지며 한국의 보건 위생이 개선됐다.
그뿐만 아니었다. UN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지난 2019년 UN은 보건 및 위생 관련 전문성을 인정, 세계화장실협회에 UN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를 수여했다.
실제 세계화장실협회에 가입한 회원국은 2021년 기준으로 26개국에 달한다.
사실 심재덕 선생이 세계화장실협회를 설립한 2007년, 심재덕 선생은 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가족은 물론 외부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에 몰두했으며, 200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각계 인사를 만나 화장실 산업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죽기 전 심재덕 선생은 변기 모양 집을 지어 살기도 했다. 심재덕 선생의 변기 모양 집은 기네스북에 최초 및 최대 변기 모양 조형물로 등재됐다.
그런 심재덕 선생의 생전 별명은 ‘미스터 토일렛(Mr. Toilet)’.
지금 우리가 누리는 한국의 깨끗한 화장실은 미스터 토일렛, 이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