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던 중학생이 울면서 공책에 그린 ‘마지막 그림’

By 김연진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한 중학생 소년이 있었다.

몸집이 왜소했고, 건강도 약했다. 공부에도 소질이 없었으며 운동도 못 했다.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친구들은 그런 소년을 놀려대며 괴롭혔다. 따돌렸고, 주먹을 휘두르는 일도 있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상처 입은 소년은 매일 방구석에서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흘렸다. 누구도 소년의 상처를 치유해주지 않았고, 상처는 점차 곪아갔다.

하루 중 소년이 가장 행복한 순간, 아니 정확히 말해서 유일한 순간은 ‘만화책’을 손에 쥐고 있을 때였다. 혼자 만화책을 보고 그림을 그리면서 외로움과 상처를 스스로 어루만졌다.

특히 소년은 공책에 만화 그리기를 좋아했다. 공책과 펜은 소년을 괴롭히지 않았다.

공책의 네모칸 안에서 소년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었고, 마냥 행복할 수 있었다.

pixabay

어느 날, 소년은 공책에 자기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그리고 홀로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처량해 친구 한 명을 함께 그렸다.

이것이 왕따 소년이 그린 마지막 그림이다.

그는 더이상 왕따 소년이 아니었다. ‘도라에몽’의 작가 후지코 F. 후지오(본명 후지모토 히로시)가 됐다.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그렇다. 사실 왕따 소년의 이야기는 도라에몽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며, 왕따 소년이 그린 마지막 그림은 ‘노진구’와 고양이 로봇 친구 ‘도라에몽’이었다.

도라에몽 작가는 자신이 어린 시절 경험했던 아픔과 자전적인 이야기를 만화에 담았다.

“노진구는 나 자신이었다. 나는 도라에몽을 통해 그 소년을 안아주고 싶었다”.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만화 속에서 도라에몽의 키는 129.3cm다. 이는 작품을 연재할 당시, 일본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의 평균 키였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도라에몽을 친구로 느낄 수 있도록 키를 똑같이 설정했다.

후지모토 히로시 / wikipedia

또 도라에몽은 노진구의 실수를 두고 비난하지 않는다. 위로를 건넬 뿐이다.

도라에몽은 만화 속에서 이런 말을 건넨다.

“아무리 공부를 못해도, 아무리 힘이 약해도, 어딘가에 너의 보석이 있을 거야”

“그 보석을 다듬어서 반짝반짝 빛을 내봐”

영화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지난 2010년 기준 전 세계 누적 판매 부수 2억 1천만부를 달성한 전설적인 캐릭터 도라에몽.

후지코 F. 후지오는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던 아픔을 딛고, 왕따 소년에서 세계적인 만화작가로 거듭났다.

그는 “내가 도라에몽에게 위로를 받은 것처럼,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모든 사람들이 도라에몽을 통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지난 1996년 간부전으로 인해 62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우리의 영원한 친구, 도라에몽을 남겨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