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로 심해어를 고화질 화면에 찍어낸 순간, 연구진은 순수한 아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최근 유튜브상에서는 KBS스페셜 다큐멘터리 ‘최초 탐사 남태평양 심해를 가다’가 공유되며 420만에 달하는 많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다큐멘터리는 한국해양연구원 탐사팀이 진행한 총 40일간의 태평양 심해 탐사 여정을 다뤘다.
바닷속 생명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우리나라 탐사팀은 무인잠수정을 이용해 탐사를 진행했다. 바닷속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고성능 무인잠수정 탐사는 이번이 최초였다.
특히 연구팀이 향한 남태평양 통가 지역은 해저의 보물창고라 불리는 지역으로, 전 세계 국가들의 탐사권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은 이미 지난 2008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곳에서 우리나라 경상북도 크기에 해당하는 면적에 대한 탐사권을 획득한 바 있다.
오랜 기간 차근차근 준비를 거쳐 드디어 실제 탐사를 시작한 탐사팀.
대한민국 최초로 하는 일이기에 큰 사명감을 갖고 시작했지만 태풍과 지진, 허리케인 등 예상치 못한 어려운 일들이 계속해서 잇따랐다.
자꾸만 겹치는 여러 악재에 탐사팀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어렵게 탐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모든 악재를 이겨냈다.
탐사팀은 지금까지 보기 힘들었던 심해의 생생한 모습을 HD 영상으로 담아냈다.
일평생 단 한 번 빛을 본 적도 없으면서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 해파리, 심해 바닥을 걸어 다니는 세 다리 물고기…
올빼미처럼 커다란 눈을 가진 올빼미 물고기, 무시무시하게 생긴 귀신 고기과, 투명한 원통형 피부 아래 둥그런 안구가 훤히 보이는 물고기 배럴아이…
모니터 앞에 최고조의 긴장감 상태로 자리한 탐사팀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심해 해저에 입을 떡 벌렸다.
깊은 심해에는 빛도, 산소도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1,600마리 코끼리가 올라가 있는 상태의 압력이 가해지는데, 이곳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생명들을 마주한 것.
그런 탐사팀의 시야 앞에 이번에는 심해 밑바닥에 앉아있는 물고기 한 마리가 들어왔다.
두꺼비처럼 생긴 생김새는 물론, 해저 바닥에 적응해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걸어 다니는 모습으로 ‘바다 두꺼비’라고도 불리는 점씬벵이류였다.
지금껏 해외 선진국들이 제공하는 도감을 통해서만 보았던 해저생물을, 대한민국의 이름을 걸고 우리의 힘으로 직접 처음 촬영하는 성과를 낸 순간이었다.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은 심해 물고기의 실물에 여기저기서 아이처럼 “우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도감을 뒤져 실물과 확인하기도 했다.
특히나 외국 책에서만 보던 것을 우리 손으로 알아보는 쾌거를 이뤄낸 이경용 탐사팀 단장은 순수한 아이처럼 신기해하면서도 기뻐하는 표정을 지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경용 단장은 이번 탐사를 위해 11년에 걸쳐 준비해왔다고 알려졌다. 주변에서는 다들 이경용 단장을 말렸다. 우리나라의 장비와 인력은 너무나 열악했기 때문.
이런 지적들을 들으며 이경용 단장은 “내가 너무 과욕을 부리는 게 아닌가 생각도 많이 들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집념으로 11년을 준비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날, 이경용 단장은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