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모님의 결혼증서가 어떤지 값어치를 측정해달라”는 의뢰인에 감정위원은 “값을 매길 수 없다”고 답했다. 의뢰인은 다름 아닌 부부 독립운동가의 자식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방송된 KBS ‘TV쇼 진품명품’에는 세월이 느껴지는 오래된 문서 한 점이 의뢰품으로 등장했다.
이날 감정을 요청한 의뢰인은 “돌아가신 부모님의 결혼증서”라며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지 알고 싶어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결혼증서 내용은 얼핏 보기에 평범했다.
“우리 두 사람이 오날에 부부를 맺고 한맘 한뜻으로 일생을 지내기로 맹세하고 이 글월로 증거를 삼음. 신랑 박영준, 신부 신순호”
감정위원은 여기서 신랑 신부의 이름에 주목했다. 신랑 신부뿐만 아니라 증서에 적힌 다른 이름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소개 민필호, 엄항섭. 증혼 조소앙. 주례 김구”
신랑 신부의 이름을 비롯, 위대한 독립운동가의 이름들이 증서에 적혀 있었다. 알고 보니 의뢰인의 부모님 두 분 다 독립운동가였던 것.
1943년, 박영준·신순호 부부는 중국에 있던 임시정부청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감정위원은 “상해 임시정부의 기틀을 잡은 신규식 선생이 신부의 큰아버지고, 신규식 선생을 도와 임시정부의 재무차관 등을 역임한 신건식 선생이 신부의 아버지”라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중국어에 능통해 상해 임시정부의 외교를 전담한 독립운동가 박찬익 선생이 신랑의 아버지였다. 그리고 신건식 선생과 박찬익 선생은 서로 친구였다.
감정위원은 “여기 가족들은 당대 독립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가”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독립운동가 집안의 결혼을 ‘동지 결혼’이라 불렀다.
여기에 신랑 신부는 더 나아가 자신들 또한 함께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로 활동하며 독립운동을 하다가 서로를 만났다.
실제 신랑 박영준은 광복군 군복을 결혼식 예복으로 입기도 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역사가 담긴 결혼증서였다. 감정위원은 상기된 얼굴로 “이 당시의 결혼증서는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다.
감정위원은 그러면서 “값을 매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