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A씨는 어린 시절에 나쁜 손버릇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자꾸 아빠 지갑에 손을 댔다. 12살 무렵이었다.
아빠가 좋게 말씀하시며 A씨를 타일렀지만, 그때뿐이었다. 뒤돌아서면 다시 A씨는 아빠 지갑에 손을 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진지하게 A씨를 불렀다. 그러고는 속마음을 털어놓으셨다. 엉엉 울면서 말이다. A씨는 그 순간 머리가 띵해졌고, 나쁜 버릇을 싹 고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2017년,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A씨가 직접 경험한 일화가 공개됐다.
A씨는 과거 12살 무렵에 아빠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고 말하며, “아빠에게 계속 혼나고, 잔소리를 들었는데도 이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아빠는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면서 따뜻하게 타일렀지만, 또 아빠 지갑에 손을 댔다”고 설명했다.
그날 밤, 아빠는 A씨를 안방으로 불렀다. 12살 A씨는 잘못했다며 아빠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진심은 아니었다. 잘못을 뉘우치는 척했다.
A씨는 속으로 “이번에는 뭐라고 변명할까… 또 잔소리하겠지… 용돈이 너무 적어서 그랬다고 말해볼까”라며 핑곗거리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10분쯤 지났을까. 아빠가 무릎을 꿇으셨다. 고개를 숙이셨다. 마치 죄인처럼. 엉엉 우셨다.
딸꾹질까지 하며 오열하는 아빠 앞에서, A씨도 깜짝 놀라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두 남자는 서로를 향해 무릎을 꿇고 엉엉 울기만 했다.
한참을 울기만 하던 아빠는 어렵게 말을 꺼내셨다.
“미안하다. 아빠가 용돈을 많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능력 없고 가난한 아빠를 만나게 해서 너무 미안하다. 이 모든 게 아빠 잘못이다”
큰 충격을 받은 A씨는 방으로 돌아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물을 흘렸다. 아무리 혼나도 반성하지 않았던 A씨가 처음으로 미안한 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A씨는 “아무 잘못 없는 아빠를 울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12살 아들 앞에서 아빠를 무너지게 만든 나 자신이 미웠다. 그리고 아빠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또 “이렇게 소심하고 나약한 남자 한 명이 ‘아빠’라는 가면을 쓰고 어린 아들을 지켜왔던 것뿐이라고 깨달았다”고 전했다.
A씨가 평생 잊지 못하는 그때의 아버지 모습. A씨뿐만 아니라, 수많은 누리꾼들의 눈시울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