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꼼꼼하고 정확하다”며 인정,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조선왕조실록의 꼼꼼함은 사실 뜻밖의 ‘실수’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18일 강의 채널 ‘캐내네 스피치’에는 한국역사고전연구소 소장인 역사학자 임용한이 출연해 강연했다.
이날 임용한 소장은 조선 초기 왕 태종을 조명하면서 조선왕조실록에 관해 설명했다.
임용한 소장에 따르면, 조선왕조실록은 후대로 갈수록 정형화된 기록 형식을 갖추게 된다.
바꿔 말하면 조선 초에는 조선왕조실록에 어떤 내용을 필수적으로 기록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에 조선 제3대 임금인 태종 때의 사관(史官)들은 왕의 말과 행동을 거의 빠짐없이 기록했다.
“왕이 사냥하다가 말에서 떨어졌으나 상하지는 않았다. 좌우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사관이 알게 하지 말라’ 하였다”
이렇게 왕이 말에서 떨어졌다가 사관한테 알리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다 적었다.
이에 사람들은 생각했다.
“조선 시대 사관은 왕의 사소한 모습도 놓쳐선 안 되는구나!”
임용한 소장은 “사실 이건 사고다”라고 설명했다.
기록하려는 목적으로 왕의 사소한 말과 행동을 모두 적었던 일은 조선 초 실록에 대한 정해진 형식이 없어서 발생한 일종의 해프닝이었다는 것.
초기에는 “뭘 적어야 하는지 모르겠으니 다 적자”였고,
중기에는 “선배님들이 다 적으셨으니 다 적자”였고,
후기에는 “조선 왕조 수백 년 동안 다 적는 게 전통이었으니 웬만하면 다 적자”였다.
비록 조선 후기에 들어서 실록이 정형화되며 기록 정신이 이전보다 약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 같은 집념으로 탄생한 게 조선왕조실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