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위해 ‘외모 놀림감’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은 어머니

By 권 은숙

희소병으로 못생긴 외모를 갖게 된 여성의 기구하지만 고결했던 삶이 희생과 헌신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지난달 미국에서는 어머니의 날을 맞아 ‘메리 앤 베번(Mary Ann Bevan)’의 이야기가 온라인 공간에서 조망을 받았다.

아이들을 위해 멸시와 조롱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용감한 어머니’로 역사에 남게 된 메리의 지난했던 삶을 되돌아본다.

1874년 런던의 노동자 계층의 한 8남매 가정에서 태어난 메리는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녀는 일찍 직업전선에 뛰어들어 병원 간호사로 일하며 안정된 가정을 이루기를 꿈꿨다. 그러다가 29세에 토마스 베번과 결혼해 아이를 넷 낳으며 꿈을 이뤘다.


하지만 병마가 찾아오면서 가정은 흔들렸다. 메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편두통과 근육통, 관절통에 시달렸지만, 가정을 돌보느라 따로 병치레할 시간조차 없었다.

증세가 길어지면서 ‘이상한 현상’이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나타났다. 그녀는 불균형적인 안면 성장 및 변형으로 단아했던 얼굴이 ‘못생긴 얼굴’로 바뀌었다. 나중에는 여성스러움이 없어지고 남성 같은 외모가 되어버렸다.

그녀의 병은 말단 비대증이라고 하는 신경 내분비 장애로 진단됐다. 성장 호르몬이 과도하게 나와 뼈와 내장 등 신체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한다.

오늘날 말단 비대증은 치료 가능한 질병이지만 20세기 초에는 그렇지 못했다. 메리는 나날이 추하게 변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Getty Images‘A. R. Coster / Stringer / Hulton Archive’

남편은 그런 부인을 늘 따스하게 돌봐줬지만, 비극적 운명을 피하지는 못했다. 남편은 결혼 11년 되던 해 별다른 유산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가난하고 애 딸린 과부가 된 메리는 생계문제가 부딪혔다. 그녀는 아이들을 먹이고 돌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했다.

그러나 외모 때문에 사람들의 놀림과 모욕이 일상이었고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하루하루가 도전이었다.

상황이 악화되던 어느 날 메리는 뜻밖의 소식을 접하게 됐다. ‘세계제일 추녀대회’ 개최 소식이었다.

어마어마한 상금에 그녀는 앞뒤 고민 없이 참가해 입상할 수 있었지만 예기치 못한 후폭풍이 이어졌다.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게 된 것이었다.

악담에 가까운 명성을 얻게 된 메리는 미국으로 건너가 서커스 쇼에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수염 난 여자, 난쟁이, 거인, 샴쌍둥이 등 특이한 외모를 지닌 사람들과 한 무대에 올라야 했다.

Wikimedia Commons

외모를 마음껏 비웃는 잔인한 서커스 쇼에서 메리는 ‘인기스타’가 됐다. 관중들의 멸시와 조롱이 그녀에게 아이들을 먹여 살리는 돈벌이였다.

메리는 남은 인생의 대부분을 서커스에서 보내야 했다. 1925년 딱 한 번 유럽에 돌아갈 기회가 있을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말단비대증인 사람들은 오래 살지 못한다. 메리는 1933년 59세로 세상을 떠났고 자기를 영국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메리에게는 별다른 선택의 기회가 없었지만 모진 운명 앞에서 자녀를 위해 헌신함으로써 후대에는 ‘아름다운 얼굴’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