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완화로 하늘길이 다시 열리면서 프랑스로 여행을 떠난 한국인 청년이 길을 걷다 프랑스인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
그런데 이 청년, 자신에게 인종차별을 한 인종차별자들과 친구가 됐다. 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있었길래 친구가 됐을까.
앞서 지난 8월 유럽 여행을 떠난 여행 유튜버 ‘초마드’는 이번 여행기를 영상으로 기록,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이날은 프랑스 몽생미셸 근교를 탐방 중이었다. 밤 9시가 넘은 시간, 어두운 거리를 걷고 있던 그때였다.
“니하오! 칭챙총!”
노천카페에 앉아 있던 프랑스인 무리가 유튜버에게 인사 아닌 인사를 건넸다.
유튜버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그러더니 곧바로 “왜 나한테 니하오라고 한 거냐”고 이들에게 물었다. 현지 남성들은 “네가 중국인을 닮았으니까”라고 대답했다.
이에 유튜버는 다시 “나 중국인 아니고 한국인이다”라고 설명했으나, 이들은 “아니, 네 눈은 중국인 눈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해 “니하오”라고 되풀이했다.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튜버는 끈기 있고 차분하게 “아시아인이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니다”, “나는 한국인”이라고 말했다.
유튜버는 이어 지금 너희들이 하는 행동은 인종차별이고 분명히 잘못된 행동이라고 강조하며 “나 기분 나쁘다. 왜 날 보면서 눈을 찢은 거냐”고 다시 물었다.
남성들은 그제야 “미안하다”라며 “우린 그냥 단지 네 눈이 중국인 같아서 그랬다”고 변명했다. 설사 유튜버가 중국인이었대도 인종차별이 아닐 순 없는 변명이었다.
유튜버는 “너희는 수염이 많은데 그래서 내가 ‘안녕 원숭이’라고 하면 기분 좋겠냐”고 되물었다.
“이해했어? 그러니까 나한테 사과해”
“미안해”
긴 설명 끝에 드디어 사과를 받아낸 유튜버. 유튜버는 무리 한 명 한 명과 일일이 악수하며 사과를 받아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남성들의 이름을 물어보며 다시 한번 차별 발언을 하지 말라 경고, 확답을 받은 뒤엔 엄지를 척 올려주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무리 중 ‘새미’라는 이름의 남성과는 친구가 됐다.
유튜버는 웃으면서 “니하오라고 하지 말고, 눈 찢기도 하지 마”라며 주입식 교육 수준으로 가르쳤다. 내친김에 “안녕”이라는 우리나라 인사말도 알려주었다.
새미는 “알겠어. 아까 전 일은 내가 정말 미안해”라고 재차 사과했다.
이튿날은 유튜버가 떠나는 날이었다. 새미는 미안한 의미에서 자신과 친구들이 공항까지 데려다주겠다고 약속했고, 약속대로 이들은 다음 날 다시 만났다.
유튜버가 마지막으로 한번 더 “노 니하오, 노 칭챙총”이라고 언급하자, 새미는 “니하오라고 안 한다. 내 친구, 정말 미안해”라고 마지막까지 사과했다.
유튜버는 새미와 친구들에게 엄지와 검지로 만드는 이른바 ‘K-하트’를 가르쳐주었다.
“혹시 한국인을 만나게 되면 K-하트를 날려줘. 차별 말고 사랑을 보내는 거야”
차별보다는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이 되길 바라는 유튜버의 가르침(?)에 이들은 “한국 좋다”라고 고마워했고, 유튜버도 “프랑스 좋다”며 반응해주었다.
이윽고 공항으로 출발할 시간이 다가왔다. 친구들은 유튜버의 캐리어까지 자신들이 들어주고, 공항까지 차로 편안하게 데려다주었다.
헤어질 때는 다 함께 우리말로 “안녕”이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고, K-하트를 만들어 인사하기도 했다.
유튜버는 “친구들 덕분에 공항까지 잘 왔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나아가 “덕분에 특별한 추억을 얻고 돌아간다”고도 소감을 전했다.
사실 유튜버 또한 전날 밤의 상황이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유튜버는 “전체 유럽 여행 통틀어서 인종차별을 처음 당했는데, 밤이기도 했고 되게 무섭고 얼떨떨했다”고 뒤늦게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한국인으로서 한 마디 하게 되더라”라며 “이제 한국인들이 유럽으로 많이 올 텐데, 같은 한국인으로서 이런 일 안 당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여행기를 접한 국내 누리꾼들은 “외국에서 저렇게 무더기로 인종 차별하는 현지인들한테 대응하기 힘들 텐데 좋은 의미로 기 세다”고 칭찬하는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