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너무 오래 만났다”…20만명을 울린 고려대 대학생의 이별 편지

By 김연진

누나, 이제 우리 헤어지자.

4년 넘게 만났는데 이 정도면 너무 오래 만났다. 이제 나도 다른 사람 좀 만나보려고.

담담하게 이별을 고하는 한 남학생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평생 잊지 못할 연상 여자친구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누나를 보고 한눈에 반했어. 누나에게 뛰어가 번호를 물어봤지”

그녀는 머뭇거리며 번호를 건네주었고, 남학생은 그 순간이 여전히 눈앞에 아른거린다고 고백했다.

당시 그녀의 표정, 향수 냄새, 손짓, 목소리 모두. 한 사람의 인생이 그에게로 다가오는 순간이었고, 그렇게 그녀는 남학생의 여자친구가 됐다.

연애를 시작한 둘은 1년간 매일 데이트를 하면서 둘만의 수채화를 그려갔다. 카페를 가든, 산책을 하든 여자친구와 하는 모든 것이 행복하고 즐거웠던 남학생이었다.

영화 ‘봄날은 간다’

이후 1년이 지나고 군대에 가게 된 남학생은, 군대에 가기 바로 전날 여자친구와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고 고백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눈물로 ‘기다림’을 맹세했으리라.

여자친구는 묵묵히 남학생의 곁을 지켜주면서 힘든 훈련을 받는 그를 위로했다. 남학생도 고마움을 느꼈다.

그는 군생활보다 여자친구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로를 바라보며 2년을 버텼다.

시간이 흘러 군에서 전역한 남학생은 그토록 기다리던 여자친구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아마 예전처럼.

하지만 여자친구는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남학생은 고백했다.

영화 ‘봄날은 간다’

어느덧 여자친구는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 됐고, 남학생은 여전히 대학생이었다. 남학생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피부를 찌르는 그 차이를 오롯이 인지할 수 있었다.

“내가 너에게 이런 말을 해봤자 이해 못 할 거라며 그냥 핸드폰만 보는 누나가 밉진 않아”

“퇴근 시간에 데리러 간다고 하면 회식이 있다거나 피곤하니까 다음에 보자고 하는 누나가 밉진 않아. 맞는 말이니까”

남학생은 학교 생활에, 여자친구는 사회 생활에.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둘은 점점 연락까지 뜸해지게 됐다고 남학생은 말했다.

그러면서 가슴 아픈 말을 꺼내기도 했다.

영화 ‘봄날은 간다’

그는 “누나가 종종 말했던, 같은 부서에서 누나를 되게 챙겨준다는 그 사람. 아마도 그 사람이 누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라고 여자친구에게 말했다.

이어 “회식 자리에서 찍은 사진에서 봤는데, 딱 붙어 앉아 있는 누나와 그 사람이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난 학교 편의점 구석에서 숨죽여 울었어”라고 전했다.

또 “몇년 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 사람은 누나 얘기를 잘 들어주고 조언도 해줄 수 있는 사람일 거야”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누나, 그 사람 좋아해도 돼. 카카오톡 알림이 뜰 때마다 이제 굳이 숨기지 않아도 돼”

담담한 척하면서도, 눈물을 흘리며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한 남학생. 그는 이별 편지의 마지막을 이렇게 써 내려갔다.

영화 ‘봄날은 간다’

“나도, 누나도 딱히 잘못한 거 없어. 어쩌면 우린 아직 서로를 사랑하고 있어. 그래서 아마 헤어진 다음에 나는 꽤 슬플 것 같아”

“그래도 여기서 그만하는 게 맞겠지? 내가 또 그 정도 눈치는 있잖아”

“사랑한다는 말과 헤어지자는 말은 같이 나올 수 없지만, 이번에는 그게 가능할 거 같아”

“이제 못 볼 테니, 꿈에서라도 한 번 더 보게 얼른 자야겠다. 잘자”

#34156번째포효누나, 이제 우리 헤어지자. 4년 넘게 만나 5년째를 바라보고 있는데 이 정도면 너무 오래 만났다. 이제 나도 다른 사람 좀 만나보려고.철 없던 새내기 시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과잠을…

Posted by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on Thursday, January 11,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