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마트에서 초등학생 아들과 아빠가 먹을 것을 훔치다 붙잡혔다.
생활고를 겪던 아빠와 아들은 “너무 배가 고파서 훔쳤다”고 털어놨는데, 그러자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지난 13일 인천 중부경찰서 영종지구대에 따르면, 앞서 이달 10일 오후 4시께 인천 중구 중산동에 위치한 한 마트에서 도둑질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열두 살 초등학생 어린 아들과 아빠.
이들은 머뭇거리는 걸음걸이부터, 너무나 어설픈 손짓으로 가방에 우유 2팩과 사과 6개, 약 1만원어치를 집어넣다 마트 직원에게 금세 적발됐다.
아버지는 아들 앞에서 몸을 벌벌 떨고 눈물을 흘리며 푹 고개를 숙였다.
“너무 배고픈 나머지 해선 안 될 일을 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부자의 사정은 기구했다.
아빠는 택시 운전사였다. 그러나 당뇨와 갑상선 질환 등 병에 걸려 반년가량 일을 하지 못해 수입이 없던 상황이었다.
기초생활 수급자로 선정됐지만, 아빠와 아들, 할머니, 7살 막내아들까지. 임대 주택에 사는 네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굉장히 힘들었다.
실제 아빠와 아들은 이날 하루 동안 한 끼니도 먹지 못한 상태였고 아빠는 아이들이 굶주림을 호소하자 결국 범행에 나서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을 알게 된 마트 측은 신고를 취소했다.
경찰은 이에 아버지와 아들을 훈방 조치하고, 가까운 식당에 데려가 따뜻한 국밥을 대접했다.
국밥을 대접한 인천 중부경찰서 소속 이재익 경찰관은 “아침 점심도 다 굶었다고 그러니까, 요즘 밥 굶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라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진짜 따뜻한 손길들은 이후에 이어졌다.
국밥을 먹고 있던 아빠와 아들의 식탁에 한 중년 남성이 다가왔다. 남성은 느닷없이 식탁에 흰 봉투를 두고 그대로 식당을 나섰다.
그 봉투 안에는 현금 20만원이 들어 있었다.
아들은 봉투를 돌려주려고 남성을 뒤따라갔다. 남성은 아이를 밀며 “그냥 가져가라”고 권하고는 자리를 떴다.
이 남성은, 이날 마트에서 경찰에 붙잡혔던 아빠와 아들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손님이었다.
우연히 곁에서 딱한 사연을 듣고 현금을 뽑아서 식당까지 찾아가 봉투를 건넨 것.
경찰에 따르면, 시민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기 위해 수소문했지만 끝내 남성을 찾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지역 행정복지센터와 연계해 아빠가 건강을 되찾고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아들은 무료급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한 마트 주인은 이들 부자에게 쌀을 비롯한 각종 생필품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경찰은 “이들 부자에게 큰 용기가 됐을 것”이라며 “아직 사회가 메마르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