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에 사람이 단 2명만 왔던 동화 같은 날의 사연

By 윤승화

1976년에 개장한 에버랜드의 당시 이름은 용인자연농원이었다.

지금도, 그때도 우리나라 온 가족, 어린이, 연인들에게는 꼭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선망의 장소였다. 평일에도 발 디딜 틈도 없는 장소였다.

그러던 1977년 1월이었다. 1977년 1월 20일, 경기 용인에는 폭설을 동반한 영하 14도의 한파가 몰아쳤다.

혹한의 날씨에 놀이공원을 찾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놀이공원 측도 마찬가지였다.

“에이, 이런 날씨에 손님이 오겠어?”

연합뉴스

그렇게 개장 준비조차 하지 않고 조기 마감을 준비하고 있던 때, 저 멀리서 두 사람이 손을 잡은 채 나타났다.

멀리 강원도 속초에서 온 할아버지와 할머니였다.

이들 노부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볼거리가 많다는 이곳을 구경하기 위해 시골에서 새벽부터 기차와 버스를 여러 번 번갈아 타며 궂은 날씨를 뚫고 먼 걸음을 한 것.

속초에서 용인까지는 2020년인 지금도 4시간이 걸리는 먼 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곳이 생겼다는데, 우리도 와보고 싶었다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원칙대로라면 문을 닫고 조기 마감을 해야 할 수순이었지만, 놀이공원 측은 찾아준 노부부를 그대로 돌려보낼 수 없었기에 개장하기로 결정했다.

직원들은 닫혀있던 정문을 활짝 열고 평소처럼 환영 인사를 건네며 노부부에게 안내를 했다.

날이 워낙 추웠던 탓에 안전상의 문제로 많은 놀이기구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그러나 노부부는 새하얗게 눈 내린 놀이공원을 이곳저곳 거닐며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갔다.

이날 하루는 에버랜드 역사상 가장 적은 단 2명의 입장객을 기록했던 날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