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전국민의 눈시울을 붉혔던 엄마와 아들이 있었다.
소년의 이름은 원종건. 시각, 청각장애를 지니고 있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소년이었다.
그의 어린 시절은 지독하리만치 불우했다.
심장이 약했던 여동생은 태어나자마자 외국으로 입양을 갔고, 아버지는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소년의 유일한 보호자이자 희망이었던 어머니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단지 기초생활수급비, 그리고 폐품을 모아 판매한 7천원으로 한 달을 버텨야만 했다.
그런 소년에게 단 하나의 소원이 있다면 어머니가 눈을 뜨는 것이었다.
소년은 말했다. “우리 엄마의 눈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말을 못 들어도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친구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우리 엄마라고 말해요. 엄마 손을 꼭 잡고, 우리 엄마라고 자랑해요”
이 안타까운 가족을 돕기 위해 MBC ‘느낌표 – 눈을 떠요’ 제작진이 나서 수술을 받도록 도움을 줬다.
그렇게 각막 수술을 받게 된 소년의 어머니. 수술을 받고 아들에게 다가가 붕대를 풀었다. 그리고 아들의 얼굴을 봤다.
소년은 수화로 “나 잘 보여?”라고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잘 보여”라고 대답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소년도 눈물을 흘리느라 고개를 들지 못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수술의 기적적인 대성공, 그리고 소년의 눈물. 당시 시청자들을 펑펑 울게 만든 사연이었다.
그랬던 사연의 주인공 원종건씨의 근황이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과거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원씨 모자가 등장한 것이다.
방송에서 원씨는 “어머니가 저에게 꿈을 주셨다. 어머니는 눈을 뜨자마자 저에게 ‘더 좋은 일 하는 사람이 되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 말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았던 원씨는 한 기업 홍보팀에 취직했다. 그가 담당하는 일은 사회 공헌이었다.
원씨는 “항상 무슨 일이든지, 진짜 안 좋은 일이더라도 그 과정에는 무엇이든지 배울 게 있고, 또 감사할 게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거기에 초점을 맞추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는 없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방송에서 원씨의 어머니의 근황도 알려졌다. 어머니는 폐지를 모아 판매한 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이렇게 번 돈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더 좋은 곳에 사용하면 내가 더 많이 기뻐요”라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