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딱 18곳만 있는 장소가 있다. 17곳은 모두 유럽과 미국에 있는데, 나머지 한 곳은 한국에 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 있는 이 장소. 한 번 이곳에 발을 들이면, 죽을 때까지 나오지 못한다. 봉쇄 구역이기 때문이다.
경상북도 상주 산곡산에 있는 카르투시오 봉쇄 수도원 얘기다.
1000년 전인 1084년 유럽에서 세워진 카르투시오 수도회는 좁은 공간에서 평생 고독과 침묵을 지키며 진리를 좇는 규율의 수도회다.
과거 교황의 희망에 따라 아시아 유일의 카르투시오 봉쇄 수도원이 한국에 세워졌다.
특유의 엄격한 규율 때문에 카르투시오 수도회 소속 수도자들은 많지 않다. 전 세계 통틀어 370여 명가량이 존재하는데, 그중 11명이 해당 한국 봉쇄 수도원에서 살고 있다.
카르투시오 수도자들은 한 공동체 안에서 생활한다. 정확히 말하면 한 수도원에서 한평생을 보낸다.
말 그대로 세상으로부터 봉쇄돼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벗어날 수 없다. 가족의 부고 소식을 들어도 수도원을 나갈 수 없다. 죽어서도 시신은 수도원 안에 묻힌다.
하루 일정은 성당 미사와 청소, 농사 등의 노동이 전부다. 수도자들은 그밖에 모든 나머지 시간을 평생 독방에서 홀로 지내며 기도하고 수행한다.
식사도 독방에서 혼자 하는데, 당연히 육식도 금지다. 식사는 하루 한 끼다. 수도자들이 직접 지은 농산물들이다. 이마저도 매주 금요일에는 반찬 없이 맨밥만 먹는다.
수도자들 사이 대화도 전면 금지다. 주일 점심때와 매주 월요일 오후 산책 때만 잠깐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인터넷은 물론, TV, 신문, 라디오 등도 전부 금지다. 전화와 편지 같은 외부와의 소통도 일절 금지다. 가족 방문은 1년에 단 2일만 허락된다.
수도자들은 머리카락을 스님처럼 짧게 깎고 남루한 옷차림으로 지낸다. 자신들이 직접 재봉틀로 구멍 나고 해진 옷가지를 기워 입는다. 신발이 닳으면 테이프로 묶어 신는다.
세속과 담을 쌓고 깊은 침묵과 고독 속에서 살고 있는 수도자들. 카르투시오 헌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모두로부터 떨어져 있는 우리는 모두와 일치되어 있다. 우리는 하느님 앞에 모두의 이름으로 서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