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발길 끊긴 시골 초등학교에 ‘배움에 목마른’ 할머니 둘이 입학했다

By 김 수진

학생 수가 줄어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인 어느 시골 초등학교.

모처럼만에 1학년 신입생 둘이 입학했다. 그런데 코흘리개 꼬마가 아닌 70대 할머니들이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shutterstock

전라남도 강진에 위치한 대구초등학교는 100여 년의 역사를 가졌지만, 시골에 어린아이들이 없어 폐교될 위기였다.

선생님들은 학교에 다니고 싶어 하는 마을 어르신들을 입학시키는 묘안을 내놓았고, 이에 교육청도 동의하면서 입학이 성사됐다.

올 3월 초등학교 1학년생이 된 75살 박종심 할머니와 70살 황월금 할머니가 그 주인공.

마을에서 소문난 문어잡이인 박 할머니는 이제 수업을 못 따라갈까 전전긍긍하는 어엿한 학생이 됐다.

박 할머니는 “기억력이 많이 떨어졌고 몸이 내 맘을 따라주지 않는다”면서 “그동안 주민센터에서 서류 하나 작성하지 못해 괴로웠는데 꼭 글을 다 배울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어렸을 때 학교 가는 친구들이 부러워 나무 뒤에서 눈물을 훔쳤다는 황 할머니는 “돼지 키우고 동생들 돌보느라 학교 갈 수 없었다”며 감격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shutterstock

황 할머니는 “글 배워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자식들에게 편지 쓰는 것”이라며 글을 몰라 계속 고사했던 마을 여성회장에 출마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어려웠던 시절 우리나라는 장남이나 장녀가 집안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시골에서는 학교 가는 대신 밭일을 하거나 가축을 돌봤고 도시에서는 공장을 다니기도 했다.

한편, 수십 년 세월 배움에 목말라 있던 할머니들이 늦게나마 학교에 다니며 꿈을 이루게 됐다는 소식은 미국 뉴욕타임스를 통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보도되면서 해외에도 알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