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가는 딸이 ‘아디다스 트레이닝복’ 사달라고 하자 아빠는 오열했다

By 김연진

“아빠, 수학여행 가서 입을 옷 좀 사고 싶어”

“무슨 옷?”

“바지랑 티셔츠”

“어디에서 살 거야?”

“응. 아디다스…”

막내 딸의 이 한 마디에 아빠는 눈앞이 핑 돌았다. 화장실로 달려가 숨죽여 울었다.

거대한 홍수처럼 덮쳐버린 색 바랜 비통함을, 아빠는 이를 악물고 버텨야만 했다. 그에게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이란 특별했다.

영화 ‘생일’

사실 그에게는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을 좋아하는 딸이 하나 더 있었다.

이름은 유예은이었다. 예은이는 지난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로 수행여행을 떠났었다.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을 입고.

그랬던 예은이는, 다시 아빠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막내 딸에게 말했다.

“아디다스… 예은이도 아디다스 트레이닝복 사갔는데…”

세월호 참사로 딸 예은이를 잃은 유경근씨는 지난 27일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가슴 아픈 사연을 공개하며 딸을 추억했다.

막내가 다음 주에 수학여행을 갑니다. 다행히 제주도는 아닙니다. SRT를 타고 간다는데, 미리 타봐야 하나, 같이 쫓아가야 하나 생각이 많습니다. 아마 가는 내내, 오는 내내 마음을 졸이겠죠.막내가 조심스럽게…

예은아빠 유경근 发布于 2019年4月26日周五

유씨는 “막내가 다음 주에 수학여행을 간다. 다행히 제주도는 아니다”라며 “SRT를 타고 간다고 하는데, 미리 타봐야 하나, 같이 쫓아가야 하나 생각이 많다”고 고백했다.

이어 “아마 가는 내내, 오는 내내 마음을 졸일 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씨는 예은이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예은이가 샀던 옷은 인기가 많아 구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아디다스 매장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또 “예은이가 세월호에서 내내 그 옷을 입고 있다가, 그 일이 일어나기 전 원래 입던 옷으로 갈아입었다”라며 “그래도 한번 입어본 게 어디냐 싶다.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고 털어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