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떨어져 외국 생활하던 한국인 초등학생에게 잊지 못할 기억 선물해 준 ‘삼양식품’

By 안 인규

부모님과 떨어져 외국 생활을 하던 한국인 초등학생에게 국내 기업 삼양식품이 따뜻한 추억을 안겨준 사연이 뒤늦게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대학생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나는 삼양에 대해 잊지 못할 좋은 기억이 있음”이라는 제목으로 사연이 올라왔다.

이메일 계정을 정리하다가 옛 메일을 발견해서 생각났다는 익명의 글쓴이 A씨는 “초등학생이었을 때 한동안 부모님과 떨어져 미국 친척집에서 살게 됐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A씨가 독감에 걸렸다. 일주일이 지나도 낫질 않았고 식사도 입에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어렸던 A씨가 시름시름 앓으며 반복했던 말은 “나가사끼 짬뽕 한 봉지만 먹으면 다 나을 것 같은데…”였다.

초등학생 시절 A씨가 제일 좋아했던 음식은 삼양식품에서 출시하는 인스턴트 라면 ‘나가사끼 짬뽕’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시만 해도 해당 제품은 미국에서 구할 수 없었다는 것.

“먹고 싶은 걸 못 먹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이때 깨달았다”고 회상한 A씨는 “삼양 홈페이지 고객문의 접수하는 곳에 이메일을 하나 보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저는 미국에 사는 초등학생인데요.

나가사끼 짬뽕이 너무 먹고 싶어요..

나가사끼 짬뽕을 제발 미국에 팔아주세요. 제가 하루에 10개씩 사 먹을게요. 제발요.

며칠 뒤 답장이 왔다. “삼양 해외영업팀 팀장입니다”라는 제목의 답장이었다.

내용인즉슨 “삼양 측에서도 나가사끼 짬뽕을 수출하고 싶지만 육류 함량 기준치가 높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하는 답장이었다.

이메일에는 이어 “다행히 미국 삼양 사무실에 나가사끼 짬뽕이 좀 남아있는데 주변 현지인들과 테스트를 할 겸 받아서 먹어주면 좋겠다”고 적혀 있었다.

삼양식품 본사 전경 / 연합뉴스

A씨는 주소를 보내고 기다렸고, 다시 며칠 뒤 엄청 커다란 상자가 도착했다. 열어보니 나가사끼 짬뽕 수십개가 들어 있었다.

받자마자 나가사끼 짬뽕을 끓여 먹었다는 A씨는 “그 라면 한 그릇에 독감과 마음의 병이 깨끗하게 완치됐다”고 했다.

너무 신난 마음에 A씨는 또 처음으로 학교 친구들을 집에 초대, 나가사끼 짬뽕을 대접했다. 반응은 뜻밖에도 열정적이었다. 친구들은 “맵긴 해도 맛있다”, “가족들이랑 먹게 두 봉지만 줄 수 있냐”고 말했다.

“그 두 봉지 챙겨간 애랑 그걸 계기로 절친이 되기도 했다”고 덧붙인 A씨. 시간이 흘러 A씨는 한국에 돌아왔다.

귀국한 A씨는 몇년 전 미국에 있을 때 자신에게 나가사끼 짬뽕을 보내주었던 삼양식품 해외영업팀 팀장에게 감사 이메일을 다시 한번 더 보냈다.

그때 돌아온 답장은 아래와 같다.

삼양식품

이렇게 메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때는 제가 본사 해외영업팀 팀장이라 권한이 많아서…

저도 출장 중에 라면 한 개를 찾아서 밤을 새운 적도 있어서 먹고 싶은 그 마음을 알기에…

지금은 작년부터 호주에 방출되어 외로이 있습니다.

지금은 나가사끼 짬뽕보다는 불닭볶음면 시리즈 등을 판촉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불닭볶음면은 호주 현지에 입점시키기 위해 못하는 영어로 맨날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외국 생활에서의 한국 음식은 큰 위로가 되지요.

건강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에 신의 은혜와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감사합니다.

실제 사연 게시글 캡처 / 에브리타임

A씨는 “나를 기억하고 계신다는 게 굉장히 감동적이었다”며 “오랜만에 찾아서 보니까 또 감동적이어서 글을 써본다. 오늘 야식은 나가사끼 짬뽕을 끓여 먹을 것”이라며 사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