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무침, 멸치볶음, 계란말이.
한 할머니는 이름도 모르는 낯선 청년에게 직접 만든 밑반찬을 싸들고 찾아갔다.
할머니는 청년에게 쭈뼛쭈뼛 다가가 반찬을 건네고 조용히 사라졌다. “바쁜데 미안하다”라는 말도 남기고 가셨다.
고마움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던 할머니였다.
해당 사연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을 통해 공개됐다. ‘고깃집에서 꼭 1인분만 주문하시던 할머니’라는 사연이 화제를 모으자, 비슷한 일이 있었다며 누리꾼 A씨가 댓글에 경험담을 소개했다.
A씨는 무더운 여름날에 경험한 소나기 같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어느 날, 족히 90세는 넘어 보이는 한 할머니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할머니는 개인사업장을 운영하던 A씨에게 “너무 더워서 그런데, 물 한 잔만 마실 수 있나”라며 물었다.
이어 “에어컨 바람도 좀 쐴 수 있나”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A씨는 할머니를 위해 따로 자리를 마련해드리고, 시원한 물 한 잔을 건넸다.
A씨와 할머니의 인연은 이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할머니의 마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물 한 잔을 건네준 A씨에게 고마웠던 할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를 찾아왔다.
음료수나 커피 등을 전해주기도 했고, “여기 놓으면 예쁠 거 같은데…”라며 분재를 가지고 오신 날도 있었다.
“바쁠 때는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한다”는 말을 언뜻 들었던 할머니는 직접 만든 시금치 무침, 멸치볶음 등 밑반찬을 싸오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손님 응대에 정신이 없었고, 할머니는 그런 A씨를 바라보며 “바쁜데 미안하다”라고 말하며 조용히 반찬을 두고 가셨다.
그 뒤로 할머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A씨는 “계속해서 마음에 남는다. 매장에 따로 냉장고가 없어서 놓고 가신 반찬도 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인다”라고 고백했다.
여전히 가슴 속에 그 할머니의 뒷모습이 남아 있다는 A씨의 사연에 많은 누리꾼들이 공감하며 함께 가슴 아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