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고 있던 남자.
남자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힘을 주느라 끙끙거리던 채로 남자는 전화를 받았다.
“혹시 이남철 씨라고 아시나요? 저희 아버지인데요, 오늘 돌아가셔서…”
모르는 사람의 수첩에 자신의 연락처와 이름이 적혀 있다는 연락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없었다.
남자는 직접 상갓집에 찾아갔다. 실제로 고인의 수첩에 자신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심지어 고인의 수첩에는 적혀있는 연락처도 몇 없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부조도 하고 밥이라도 대충 먹고 가려는데, 그때 시신 염할 차례가 다가왔다.
친지도 하나 없어 보이는 상주가 안쓰러웠던 남자는 같이 염도 해주고, 같이 울어도 줬다. 장례식장 일손도 거들었다.
그 와중에도 고인과 어떻게 알게 됐는지, 여전히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숨을 좀 돌린 뒤 집에 가려는데, 남자의 등 뒤로 얼마 없는 문상객들이 속닥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가 안 맞아서 고스톱을 못 치겠네. 금방 가야겠다”
한구석에 홀로 있는 상주를 보던 남자는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결국 남아서 문상객들과 고스톱까지 쳤다. 돈도 잃었다.
이제는 정말 집에 가려는데, 발인해야 하는데 관 들 사람이 없다는 말에 남자는 결국 남아서 관도 들어줬다.
그리고…
돌아가신 아저씨와의 인연은 이러했다.
과거 어느 날, 남자는 지갑을 깜빡한 채로 버스에 탔다.
남자가 버스비가 없어 당황하는 사이, 앞에 앉아있던 승객 아저씨가 대신 버스비를 내주었다.
고마운 마음에 남자는 계좌번호를 물었으나, 아저씨는 “그럴 때가 있다”며 됐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에 남자는 “필요할 때 꼭 연락 주세요”라며 직접 자신의 연락처를 적어 건넸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아니에요, 꼭 갚아야죠. 꼭 갚을게요”
작은 인연이, 그리고 작은 베풂이 돌아오는 이야기. 해당 내용은 지난 2012년 방영한 JTBC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 회차 중 한 에피소드다.
당시 배우 우현이 김우현 역을 맡아 해당 에피소드를 연기했으며, 이는 지금까지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간간이 회자되며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