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 낡아버린 동전 지갑을 두고두고 꺼내 보는 이유는, 동전 지갑이 누군가에게는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 2 때 다운 증후군 짝꿍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사연이 하나 올라왔다.
익명의 글쓴이 A씨는 “초등학교 2학년 새 학기를 시작했을 때 만난 내 짝꿍은 다운 증후군이 있는 여자아이였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당시 A씨의 담임 선생님은 A씨에게 짝꿍을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했고, A씨는 그렇게 짝꿍을 위한 꼬마 도우미가 됐다.
자리에서 이탈해 복도를 돌아다니거나, 화장실에 숨는 짝꿍을 데리고 반으로 돌아오는 게 A씨의 역할이었다. 수업 시간에는 대신 유인물을 챙겨주기도 했다.
그런 A씨의 짝꿍에게는 무척이나 아끼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개구리 모양 동전 지갑이었다. A씨는 “짝꿍이 거기에 동전들 막 주워서 넣어 다녔다”고 회상했다.
다른 친구들이 동전 지갑을 건드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짝꿍은 실내화 따위를 던지며 화를 냈다.
A씨는 “나는 (실내화) 주워다 주기 귀찮은 마음에 매일 지갑 예쁘다고 해줬다”고 적었다.
그렇게 함께 학기 절반을 보냈을 즈음, A씨가 전학을 가게 됐다. 그리고 전학 가던 날은 A씨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A씨는 “짝꿍 어머니가 선생님께 들은 건지 수업 끝나고 우리 반에 찾아오셨다”고 설명했다.
A씨에게 다가온 A씨 짝꿍 어머니는 A씨의 손을 꼭 잡더니 눈물을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고맙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A씨는 “초2였던 나는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어른의 감사에 당황하기도 했고 부끄럽기도 했다”며 “정작 짝한테는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가려고 했다”고 했다.
그때였다. 짝꿍이 A씨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그리고는 선물이라며 무언가를 A씨의 손에 쥐여주었다.
동전 지갑이었다.
A씨는 “늘 소중하게 여기던, 제 딴에는 가장 중요한 물건이고 자기의 전부였을 텐데 그걸 선뜻 내줬다”고 기억했다.
이어 “그리고서는 다음에 보자고 웃으면서 손 흔들고 나를 껴안았다”고 전했다.
다운 증후군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던 어린 A씨. 봉사 정신도 아닌, 선생님의 칭찬을 듣는 게 좋아서 짝꿍의 도우미를 자처했던 A씨였다. 평소 짝꿍이 껴안을 때면 늘 몸을 피했던 A씨였다.
그 순간만큼은 가만히 있었다. A씨는 “어떤 감정이었는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또 “그 이후로 많은 감사도 받아보고 도움을 준 적도 많지만 자기가 가진 전부를 준 내 짝꿍만큼 내게 감동을 준 무언가는 없었다”며 글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