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발생했음에도 비교적 청정을 유지하는 지역이 있다. 경북 울진군이다.
7일 기준 울진 내 확진자는 단 1명이다. 접촉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여기에는 확진자 아빠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지난 1일 MBC ‘엠빅뉴스’ 보도에 따르면, 앞서 지난달 20일 프랑스에서 요리를 공부하던 유학생 A(25) 씨가 귀국했다.
A씨는 이때까지 기침과 발열 등 아무 증상이 없었다. 그렇게 검역을 통과한 뒤 울진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귀국 열흘 뒤 무증상 상태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울진의 1번 확진 환자가 됐다.
그때까지 확진자가 한 명도 없었던 울진군은 말 그대로 비상이 걸렸다. 귀국부터 확진 판정까지 열흘이란 시간도 걸렸기에 지역 사회 확산이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A씨의 가족은 물론, 이웃, 친구 모두 다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심지어 A씨를 태웠던 택시기사까지 모두 음성이었다.
확진 판정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A씨는 지금까지도 울진의 유일한 확진자다.
A씨는 어떻게 했기에 아무에게도 옮기지 않았을까. 사연은 이러했다.
귀국 당일, 집 앞에 도착한 A씨는 아빠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아빠 나 집에 왔어”
잠시 후, 아빠는 외국에서 온 딸을 보러 버선발로 마중을 나오는 대신 간결하게 문자 답장을 보냈다.
“바로 2층 방으로 올라가거라”
문을 연 딸은 깜짝 놀랐다. 올라간 2층에는 원래는 없었던 휴대용 가스버너, 전자레인지는 물론 세탁기까지 있었다.
식량도 가득했다. 즉석밥, 과자, 물, 우유, 라면, 참치캔부터 치약, 손 소독제 같은 생필품까지 빼곡했다. 자가격리를 위한 완벽한 준비가 돼 있었다.
그리고 아빠는 휴대전화를 통해 다시 당부했다.
“우리 예쁜 딸… 길어야 14일이다. 자가격리 끝나고, 그때 보자.
너는 당시에는 안 걸렸겠지만 혹시 모르지 않니. 유럽에서 왔으니까…
차라리 얼굴에 확진자라고 나타나면 좋은데 그런 게 안 나타나니까 혹시나 몰라서…”
이후 A씨의 가족은 딸과의 직접 접촉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집안에서조차 영상통화로 안부를 물었을 정도였다.
추후 선별진료소에 진단 검사를 받으러 간 A씨의 과정도 놀라웠다.
버스, 택시 등 그 어떤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않고 집에서 진료소까지, 다시 집으로 걸어서 다녀왔다.
A씨의 아빠는 언론을 통해 “내가 태워줄 수 있는 입장이지만, 태워주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거리는 그렇게 안 가깝지만 ‘너 혼자 걸어서 갔다 오라’고 했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 안타깝게도 A씨는 무증상이었음에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아빠, 엄마, 귀국 당일 A씨를 태워준 택시기사는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 외 울진 내 접촉자는 0명이다.
아빠는 딸이 확진 판정을 받은 그 직후 자신이 운영하는 채소 가게까지 영업을 중단하고 SNS를 통해 가게 상호명, 딸의 동선을 공개했다.
“저희 때문에 청정 울진을 못 지키게 돼 죄송합니다. 저희들의 정보와 내용을 밝히니, 주위에 전달해주세요”
다른 누구에게도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은, 그야말로 모범 가족의 완벽했던 자가격리.
이런 가족들만 있다면 코로나 조기 종식도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