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펭귄을 위해 자연 생태계의 ‘불문율’을 깨뜨린 인간들이 있다. 그들은, 또 펭귄들은 어떻게 됐을까.
최근 훈훈한 사연을 공유하는 유튜브 채널 ‘파인딩스타’에는 얼마 전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남극을 찾았던 어느 감독의 사연을 전했다.
우리나라의 KBS라고 할 수 있는 영국 공영 방송 BBC 소속 린지 맥크레이(Lindsay McCrae) 촬영감독은 이날 남극 펭귄들의 삶을 영상에 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매서운 눈보라에 예상치 못한 강한 폭풍까지 몰아쳤다. 기온은 순식간에 영하 60도로 내려갔다.
그야말로 최악의 기상 여건 속, 린지 감독이 들고 있던 카메라에 처참하고 혹독한 광경이 포착됐다.
가파른 협곡에 갇혀 펭귄 수십 마리가 고립되고 만 것. 이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쩔쩔맸지만, 혹한의 날씨에서 협곡에 갇힌 채 모두 얼어 죽을 위기에 놓였다.
한 펭귄은 부리로 얼어붙은 빙판을 찍어대며 힘겹게 협곡을 탈출하려고 했다. 다른 녀석들 또한 살기 위해 발버둥 쳤다.
린지 감독을 포함한 제작팀은 참혹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의 원칙상 인간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야를 가릴 정도의 눈보라는 어느새 얼음으로 변하고 있었고, 극한 상황에서 펭귄들의 떼죽음은 시간문제였다.
더욱이 아기 펭귄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제작진은 생각지 않았던 결정을 내렸다.
결정이란, 인간이 대자연의 생태계에 개입하는 것.
린지 감독과 제작진은 밧줄과 삽을 쥔 채 협곡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펭귄이 이동해 빠져나올 수 있도록 작은 경사로를 팠다.
다만 탈출구를 열어놓고, 협곡을 벗어날지 말지는 펭귄들 각자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잠시 뒤, 경이로운 일이 일어났다. 고맙게도 펭귄들은 똑똑하고 현명했다.
펭귄들은 사람들이 만든 경사로를 이용해 대열을 지어 협곡을 탈출했다.
대자연의 생태계를 거스른 제작진의 결정. 린지 감독은 “우리의 눈앞에서 펭귄들이 고통받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후 제작진은 촬영을 정리하고 영국 본사로 돌아갔다. 여러 의견이 갈렸으나, 대부분은 이들에게 “잘 결정했다”는 찬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