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안절부절못하는 할머니를 발견한 형사가 ‘촉’을 발휘해 보이스피싱을 막았다.
지난 23일 유튜브 채널 ‘비디오머그’에는 ‘3천만 원 돈가방 든 할머니에게 접근한 수상한 남자의 정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시됐다.
영상의 주인공은 경기남부경찰청 군포경찰서 정명우 형사다.
지난 8일 비번이었던 정 형사는 은행 일을 보고 나오던 중 가방을 끌어안고서 전화를 하며 불안에 떠는 할머니를 발견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그는 가방을 꼭 쥐고 길을 서성이는 할머니를 스쳐 지나다 우뚝 멈춰 섰다.
할머니에게서 등을 돌린 채 1m 정도 떨어져 잠시 서 있다 천천히 가던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몇 걸음도 채 못 가서 다시 멈추고는 할머니의 행동을 주시했다.
주변을 맴돌던 그는 할머니가 외진 곳으로 향하자 따라붙었고, 신분증을 내밀며 자신이 형사임을 밝히고 함께 경찰서로 이동했다.
정 형사는 “할머니가 뭐가 많이 든 가방을 꽉 끌어안고 계셨다. 되게 불안해 보였다”라며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
그 모습에 할머니 곁에 멈춰선 그는 통화 중이던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이상함을 감지했다.
통화 내용은 안 들렸지만, 상대방이 화내는 목소리가 그의 발길을 다시 잡았다.
그는 “보통 보이스피싱 수법들이 막 화를 내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게 있다. 조금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있다가 택시를 타시려는 거에서 확신을 가지고 제지했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할머니는 “아들을 납치했다” “아들의 손을 자르겠다”는 협박 전화를 받고 은행에서 전 재산인 3천만 원을 찾아서 나온 상황이었던 것.
할머니는 아들 걱정에 중간에 전화를 끊지도 못하고 보이스피싱범이 시키는 대로 택시를 타고 안양으로 가려던 참이었다.
정 형사가 처음 도움을 주려고 했을 때도 혹시 아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거절했다.
정 형사는 신분증을 보여주고 아들의 전화번호를 주면 통화를 해보겠다며 할머니를 안심시켰다.
본인의 휴대폰으로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할머니에게 주고 할머니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았다.
정 형사가 전화를 받자마자 보이스피싱범은 욕을 하면서 끊었다.
정황을 알게 된 아들은 부랴부랴 경찰서로 달려왔고 걱정으로 마음 졸였을 할머니와 만났다.
할머니는 “농사로 힘들게 모은 재산을 잃을뻔했는데 이를 막아준 경찰관에게 정말 감사하다”라며 인사를 한 후 아들과 함께 귀가했다.
군포경찰서는 기지를 발휘해 보이스피싱을 막은 정 형사에게 포상을 하고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 홍보 활동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