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이동은 500년 후쯤, 동물과의 대화는 100년이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흔히 현대 사람들이 미래를 상상하며 이와 같이 대답하곤 한다.
그렇다면 100년 전 사람들은 100년 후의 모습을 어떻게 상상했을까?
1899년 장-마르크 쿠티(Jean-Marc Côté)가 그린 프랑스의 2000년대(France in the 21st century)는 처음 담뱃갑에 인쇄돼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쿠티의 상상화 중에서 눈에 띄는 몇몇 작품을 선별하여 소개한다.
- 하늘을 나는 소방관
당시에도 엘리베이터의 발명으로 4~5층 이상의 고층 건물이 들어섰다. 이에 작가는 효과적인 고층 화재 진압 방법을 상상했고 그것이 바로 날개를 단 소방관이었다.
소방관이 호스를 들고 날아가 불을 진화하고 인명을 구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작가의 예측인지 아니면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림에서 프랑스 특유의 건축 형태가 100년 후인 현재에도 잘 유지된 점이 눈에 띈다.
- 영상통화
축음기로 보이는 스피커 장치와 마이크, 그리고 영사기를 사용해 영상 통화를 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시리즈와 먼 곳에 떨어진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인류의 염원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스피커와 마이크 등 전자 기기를 손톱만큼이나 작게 만들어낼 기술은 상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 자동 청소기
쓸고 닦는 등의 집안일은 당시에는 더욱 큰 골칫거리였을 것이다.
작가는 큰 욕심 없이(?) 빗자루 솔을 전기 기계에 결합해 자동으로 먼지를 쓸어내는 장치를 생각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장치를 컨트롤하기 위해 옆에서 사람이 전선을 잡고 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 건물 짓는 기계
수십 수백 명이 필요한 건설 현장에서 단 한 명의 사람이 조종실에 앉아 기계를 조작하고 있다. 그러면 건물을 짓는 기계가 돌을 깎아 벽돌을 만들고 이를 차곡차곡 쌓아 올려 건물을 완성한다.
벽돌을 쌓아 빌딩을 짓지 않는 요즘과 비교해 보면 이 장치는 현대의 크레인과 유사한 느낌을 준다.
- 장어 레이싱
태평양 깊숙한 곳에 모여든 사람들 앞에서 멋진 레이싱 경기가 펼쳐진다.
장어와 대화할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된 것일까 아니면 장어의 뇌를 조종할 수 있는 장치를 사용한 것일까.
알 수 없는 방법을 통해 거대한 장어를 조종하며 바닷속을 가르는 장어 레이싱 대회는 마치 동화 속 어떤 이야기처럼 보인다
- 지식 주입 장치
학교에 모인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 칠판 앞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헤드셋처럼 보이는 장치를 쓰고 있다.
앞에서는 선생님으로 보이는 어른이 책을 기계에 넣고 있고 책 속의 지식이 전류를 타고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것처럼 보인다.
뇌를 자극해 지식을 주입하는 기계라면 좀 끔찍해 보이기도 하지만, 책의 내용을 스캐닝해서 음성으로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장치라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지금 보면 엉뚱해 보이기도 하는 이 상상화들은 우리에게 단지 예술적 즐거움뿐만 아니라 당시에 생활상을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한편으론 우리가 미래를 상상하는 데에 있어 마치 ‘현재의 틀을 깨고 상상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