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노화를 막고 불로장생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2010년대 이후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크게 주목받은 것 가운데 하나가 젊은 피의 회춘 효과였다. 당시 젊은 피를 늙은 동물에게 주입하는 방식의 연구들이 여럿 발표됐다.
그런데 거꾸로 젊은 동물에게 늙은 피를 주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고려대 의대와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공동연구진은 생후 석달 된 젊은 쥐에게 생후 2년이 거의 다 된 늙은 쥐의 피를 수혈했다.
2주가 지나자 젊은 쥐의 몸에서 노화 세포 수가 크게 늘어났으며 간과 신장 등 여러 기관의 세포가 손상을 입고 세포 분열을 멈췄다.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닌 일종의 좀비세포가 됐다. 특히 간과 뇌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젊은 쥐의 근력도 늙은 쥐의 피를 수혈한 뒤 약해졌다. 아직 젊은 쥐임에도 세포 노화가 진행된 것이다.
젊은 피를 주입했을 때와 정반대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세포 노화가 단순히 오랫동안 쓰면서 닳아 해지는 마모 현상이 아니라 ‘노화를 퍼뜨리는 물질’이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원인에 대해서 혈액 내 노화 세포에서 분비되는 인자들이 혈액 속을 순환하면서 젊은 쥐의 세포와 조직을 노화시키는 ‘노화 전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암 유발 물질이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면서 암을 전이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노화 과정이 단순히 생물학적 시간의 흐름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 노화 전이를 통해 가속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구체적으로 노화 세포에서 분비되는 어떤 물질이 노화 전이를 일으키는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전옥희 교수는 “다음 연구 과제는 구체적으로 노화 전이를 일으키는 물질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교수 연구 외에도 ‘노화’를 정복하기 위한 연구는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8일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연구팀은 노화된 뇌와 치매가 발생한 뇌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종류의 별아교세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된 세포에 ‘아프다’(APDA·AutoPhagy-Dysregulated Astrocyte)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 세포가 시냅스의 숫자와 기능 유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를 이끈 정원석 카이스트 교수는 “노화에 따른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새로운 원인을 제시한 만큼 뇌기능 회복을 위한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노화를 정복하려는 연구는 활발히 진행 중이다.
유전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하버드대 의대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노화는 질병이라고 선언했다.
싱클레어 교수는 우리 DNA는 시시때때로 아주 많이 손상되는데 그 손상된 DNA 복구가 제대로 안 돼 세포에 심한 손상이 일어나는데 그게 노화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 나노 수준에서 유전자를 들여다보는 과학은 장수 유전자 22개 이상을 찾았으며 앞으로 더 많이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중에서도 서투인(sirtuin)이란 장수 효소에 집중해 앞으로 서투인을 활성화하는 물질을 활용한 ‘건강 백신’이 상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 난징대 뇌과학연구소, 미국 MDI생물학연구소, 캘리포니아 벅 노화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이라는 선형동물을 이용해 수명을 5배 늘릴 수 있는 세포 경로를 발견하고 실제 수명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예쁜꼬마선충은 평균 수명이 3~4주에 불과한데 연구팀이 세포경로 변형을 시키자 수명이 15~20주까지 늘어났다는 것이다. 인간 수명으로 따지면 약 400~500세에 해당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