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전장 한가운데서 조국을 위해 싸운 한 참전용사가 있다.
전쟁의 트라우마와 생활고 사이에서 외롭게 싸우며 덥고 지저분한 거리 위에 서 있다.
지난 25일 개인 유튜브 채널 ‘진용진’에는 “오늘은 한 번만 이 할아버지 얘기를 들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영상 하나가 게재됐다.
올라온 영상의 주인공은 여든여덟 살 박래정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매일 리어카를 끌며 길거리를 돌아다닌다. 파지를 줍기 위해서다.
그렇게 하루 24시간 중 절반을 돌아다니며 파지를 주워 버는 돈은 1만 5,000원 정도다.
다리가 불편한 아내를 대신해 월세, 식비 등 생활비를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할아버지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길에 떨어진 담배를 주워 피고, 복지 회관에서 2,000원에 파는 점심을 사 먹으며 어떻게든 돈을 아끼려 애쓰지만 형편은 되려 어려워지기만 한다. 날이 갈수록 파지 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비가 오건 눈이 오건 그렇게 종일 일하고 돌아와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도 아내 앞이라고 “좋아서 먹는 거라 괜찮다”며 힘든 내색 않는 할아버지.
사실 할아버지는 6·25 참전용사다. 6·25 전쟁 당시 군사훈련을 거치고 전쟁을 겪었다. 군인 생활만 8년이다.
그러나 군번이 느리다는 이유로 국가에서는 마땅한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 나라를 원망스러워하는 아내와 달리 할아버지는 이제 체념한 지 오래다.
조국을 위해 희생했으나 돌아온 대가는 아무것도 없었다.
전쟁은 오래전에 끝났다. 하지만 여전히 할아버지의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