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신 사이에 명언처럼 떠도는 ‘곰신과 배신’이라는 글 중에 이른 단락이 있다.
‘곰신은 훈련소를 향해 뛰는 남친의 뒷모습을 보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지만 배신은 돌아서면서 이제부터 새롭게 살자며, 다른 남자의 전화번호를 누른다.’
과장은 있지만 그만큼 남자친구와 떨어져 지내는 2년의 ‘곰신’ 살이가 쉽지 않다는 뜻일 테다.
군 입대 후 정리한 전 남친과 이제 입대를 앞둔 현 남친. 그 사이에서 갈등 중인 한 여성의 글에 전 남친이 ‘사이다 답글’을 남겼다.
지난 6월 ‘인하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에는 “전 남친이 전역을 했어요”라고 시작하는 글이 올라왔다. 사연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글쓴이는 CC였던 전 남친이 군에 있을 때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 21살 어린 나이에 군인 남자친구에게 붙잡혀 젊음을 보내는 게 약간 억울하기도 했다. 거기에 현 남친이 너무 잘해주니 흔들릴 수밖에.
그렇게 군에 있는 전 남친을 정리했지만, 그가 자신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는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의 가족을 살뜰히 챙겨주고 매일 왕복 세시간 넘는 거리를 하루도 빠짐없이 데려다주곤 했던 것. 전 남자친구는 글쓴이가 매 순간 사랑받는 느낌을 안겨주던 그런 사람이었다.
시간이 흘러 이제 현 남친이 입대를 앞두게 됐다. 전역한 전 남친은 이제 다음 학기부터 같은 건물에서 자주 마주칠 것이다.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글쓴이는 “정말 이러면 안 되는걸 알지만 전 남친에게 다시 흔들려요”라며 “SNS로 사진을 봤는데 입대하기 전보다 이목구비도 더 또렷해졌고 전보다 더 남자다워진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현 남친이 군대에 가게 되면 저는 틀림없이 이 사람에게 흔들리게 될 거 같아요.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적었다.
딱 하루 뒤, 이 글을 본 전 남친이 답장을 남겼다. 그는 “전 남친 전역했는데 다시 잘되고 싶다던 글에 당사자가 왠지 저인거 같아서 올린다”라고 적으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너랑 다시 잘해볼 생각이 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헤어질 때 이기적이어서 미안하다더니 그럼 이제 다른 사람 생각도 해야지. 내가 힘들 때 옆에 있어 주지 않은 사람은 내가 최고일 때 옆에 있을 자격도 없는 거니까”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최선을 다했기에 미련도, 후회도 없다며 “아련한척하지 말고 우리 서로 모른 채 살자. 내 눈앞에서 안보였으면 좋겠어. 잘 지내지도 않았으면 해. 안녕”이라고 끝맺었다.
전 남자친구의 깔끔한(?) 답변에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속 시원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