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8월 어느 날, 스물일곱살 때부터 먹은 세끼 식사를 그림일기로 그리기 시작해 그 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 그려 온 남자가 있다.
먹는 도중에 그리는 것도 아니다. 모두 ‘눈과 혀와 위장의 기억’에 담아 그날 밤 집에 돌아와 그린다.
그의 직업이 미술과 관련이 있을까? 그런 것도 아니다. 그는 28년 동안 청년에서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직장에선 평직원과 과장을 거쳐 이제 여행사 부장이 됐다.
시노다 나오키(篠田直樹·56)의 그림일기는 아픈 날도, 외국 출장 중에서도 계속 된다. 이미 그의 식사일기를 기록한 노트가 50여 권이나 되며 대학시절부터 써왔던 같은 노트를 사용하고 있다.
2012년, 50세가 되던 해를 기념해 NHK 방송에 투고, 방송에서 지금까지 써온 노트를 공개해 화제를 낳았다.
2013년에는 23년간의 기록을 모아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를 출간했고, 국내에도 소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가쓰돈부터 프랑스 요리까지 다양한 음식을 즐기고, 마음에 든 식당에는 지겨울 때까지 간다.
최근 그는 출판사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지만 한국에 머문 3박 4일 동안에도 어김없이 그림으로 식사를 남겼고 문화일보와의 14일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그는 카메라를 쓰지 않고 눈과 혀의 기억으로만 그릴 수 있는 이유에 대해 “1990년에 디지털카메라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내가 먹은 식사는 며칠 뒤에도 또렷하게 기억해 카메라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는 꾸준함에 대해 그는 “일단 무엇인가 시작해 꾸준히 지속하다 보면 그만두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사람들이 어떻게 28년간 하루도 안 빠지고 계속 그릴 수 있었는지 묻곤 하지만 나로선 이젠 그만두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식사일기의 장점에 대해 그는 “그림을 그려야 하니 편의점 도시락이나 컵라면은 먹지 않고, 여러 음식을 골고루 먹게 돼 건강에 신경쓰지 않아도 자연히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식사일기의 의미에 대해서는 “거창한 의미는 없다”며 “그저 일기를 그리고 쓰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건강해야 하고, 일상이 평화로워야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식사일기를 보고 무엇인가 시작해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평범한 것’을 살펴보라고 말했다.
“같은 것을 반복해 계속하니 무언가가 생겨났다. 별것 아니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우연히 그림일기를 그렸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들만의 또 다른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