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오늘 스승의 날을 맞아 ‘국가대표 의사’로 불리는 이국종 교수의 일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이 교수는 어선에서 일하다 동아줄에 온몸의 뼈와 내장이 부서진 중증 환자의 수술을 맡았다.
의식은커녕 혈압도 잡히지 않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이 교수는 혼신의 사투를 벌였다.
동강 난 환자의 장기들을 이어붙였고 엄청난 양의 수액과 혈액이 투입됐다. 이 교수는 여러 번 재수술을 거듭하며 환자의 생명을 붙들어놨다.
죽음의 문턱에 서 있던 환자는 오랜 시간 끝에 마침내 회복에 성공했고 가족의 손을 잡고 웃으며 돌아갔다.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스승의 날이 왔다. 뜻밖의 손님이 이 교수의 진료실을 찾아왔다. 그 환자의 아내였다.
“애들 아빠가 교수님께는 꼭 인사드려야 한다고 할 것 같아서요”라는 말과 함께 환자의 아내는 이 교수에게 붉은 카네이션이 든 꽃바구니를 내밀었다.
반가움, 의아함을 안고 꽃을 받아든 이 교수는 환자 당사자의 안부를 물었다. 수많은 노력을 쏟아부어 살린 환자였기에 이 교수에게도 의미가 깊은 환자였다.
돌아온 대답은 “애들 아빠는 돌아가셨어요”였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이 교수는 자신의 수술과 치료에 문제라도 있었나 아득해졌다. 하지만 눈물을 쏟으며 아내가 말한 사인은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한 이 교수의 치료 덕분에 건강을 되찾은 환자는 두 달 전 미역을 딴다며 바다로 나갔다. 이날, 환자는 큰 파도에 휩쓸렸고 다시는 식구들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아내는 “애들 아빠가 살아있을 때 항상 교수님 이야기를 했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고 인사한 뒤 진료실을 나섰다.
사력을 다해 애써 살려냈던 환자의 생명이 허망하게 꺼졌다. 이 교수는 홀로 진료실에 우두커니 서서 세상을 떠난 환자의 아내가 두고 간 카네이션만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 교수는 자신의 책 ‘골든아워’에서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눈앞에 놓인 꽃들이 피처럼 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