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온양읍에 있는 H 아파트에 사는 서 모 할아버지는 비만 오면 집에서 우산들을 꺼내 아파트 1층 입구 쪽 통로마다 5~6개씩 두곤 한다.
비의 양에 따라 우산은 조절된다. 많이 올 때면 10개까지 늘기도 한다. 우산을 깜박한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하라는 뜻이다.
아파트 주민 이 모(60) 씨는 “할아버지의 이런 모습이 벌써 6년째”라며 “비 오는 날마다 우산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는 동이 6개, 통로는 각 동에 2개로 모두 12곳이나 된다. 할아버지는 통로마다 적게는 5개, 많게는 10개까지 우산을 둔다. 이 많은 우산은 어디서 왔을까? 비결은 할아버지의 ‘손재주’다.
서 할아버지는 틈날 때마다 재활용 분리수거장을 들러 버려진 우산을 줍는다. 살이 휘거나 부러진 우산은 서 할아버지 손을 거치면 금세 멀쩡한 우산으로 변신한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 이모 씨는 “비 오는 날, 깜박 잊고 우산을 두고 나올 때 정말 유용하다. 종종 이용한다”며 “서 할아버지는 아파트 ‘유명 인사'”라고 말했다.
서 할아버지는 이 아파트에서 ‘맥가이버 할아버지’라고 불린다. 평소 서 할아버지가 마주치는 주민에게 건네는 인사는 “집에 뭐 고칠 거 없어요?”라는 말이다.
주민 이모 씨는 “싱크대, 옷장, 신발장 등 할아버지가 못 고치는 건 없다”며 “동네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큰 인기”라고 전했다.
주민들 역시 감사의 표현을 잊지 않는다. 실제로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면 서 할아버지를 향한 선물 꾸러미가 줄을 잇는다.
명절마다 서 할아버지가 사는 동 앞 경비실에는 “‘맥가이버 할아버지’께 전해달라”며 음식 선물 세트나 양말 세트가 쌓인다. 훈훈한 모습이다.
서 할아버지는 “심심해서 시간 보내려고 하는 일인데, 부담스럽다”며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사양했다.
주민 이모 씨는 “할아버지 사연을 주변에 알렸는데, 부끄러워하시더라. 평소 말씀도 많이 없으시고 그저 묵묵히 이웃을 도우며 사시는 어르신”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