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수]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한류팬, 관객들을 사로잡은 한국의 역사물!
중국의 무협, 일본의 사무라이 장르와 구별되는 유니크함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단순히 역사 속 사건 및 인물에 대한 서사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시사가 되는 주제를 과거의 상황, 인물을 통해 재현해 내어, 관객에게 깊은 통찰과 큰 감동을 준다는 면에서, 한국 역사물이 큰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영화 <왕의 남자(2005)>
한국 최초 1,000만 사극 <왕의 남자>.
영화 <사도(2015)>
배우 유아인을 2015년 최고의 배우로 올린 영화 <사도>.
이 두 영화 제작을 지휘한 사람은 “한국 역사물의 대가” 이준익 감독입니다. 그는 최근 5년간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초대형 사극 트렌드를 이끈 인물입니다.
얼마 전, 이준익 감독이 뉴욕을 찾았습니다. 바로 뉴욕 한국문화원이 주최한 “한국 영화의 밤 : 마스터 시리즈”로 이준익 감독의 특별전(6.28~7.2)이 열렸기 때문인데요,
동주 : 한 시인의 초상
사도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왕의 남자
이번 특별전은 뉴요커들에게 이준익 감독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한류세계>는 이준익 감독을 만나러 특별전 현장을 찾았습니다. 같이 만나 보시죠!
[한국어 인터뷰 시작]
(혜수) : 안녕하세요 감독님.
(이준익 감독) : 반갑습니다.
(혜수) : 현재 뉴욕에서는 ‘한국 영화의 밤 : 마스터 시리즈’로 이준익 감독님의 특별전이 진행 중인데요, 기분이 매우 특별하실 것 같아요.
(이준익 감독) : 네. 어쩌다 보니까 제가 사극을 많이 찍게 됐는데요, 뉴욕에서 한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상영된다니까, 그 자체로 참 놀라운 일이고, 저로서는 너무 행복하죠.
[한국어 인터뷰 끝]
영화 <변강쇠(1986>>
[혜수]
사실 한국 사극이 항상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것은 아닙니다.
영화 <비천무(2000)>
한국 영화계에서조차 사극은 흥행하기 어려운 장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는데요,
영화 <변강쇠>
영화 <개벽(1991)>
1970년대 이후부터 사극이 점점 사라지더니
영화 <중천(2006)>
2000 년대에 와서는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2005년, 이준익 감독의 첫 사극 영화 <왕의 남자>는
영화 <왕의 남자>
한극 사극 영화로서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신드롬”을 만들어 냈습니다.
당시, 이준익 감독은 왜 사극을 선택했을까요?
[한국어 인터뷰 시작]
(이준익 감독) : 뭐…저야 어렸을 때 서양의 사극들을 많이 보고 자랐어요. 물론 그것은 종교적인 영화가 대부분이었기는 했습니다. 사극을 찍는다는 것은 현재를 반영하는 수단으로 아주 좋은 장르에요. 이미 아주 좋은 장르가 된거죠. 어떤 한 나라나 한 민족의 역사 속에 있는 그 이야기가, 그 사건들이 계속 반복된다는 거에요. 그 인간의 삶이라는 게 시대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지만 결국 이것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따로 놀지 않고, 끊임없이 반복을 통해서..
(혜수) : 흥망성쇠, 뭐 불가에서는 성주괴멸 그런 말도 있잖아요.
(이준익 감독) : 맞아요. 끊임없이 어떤 교훈을 주는 것 같아요. 사극이 먼 나라 얘기 같지만 사실은 내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 사극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어 인터뷰 끝]
영화 <사도>
영조 : 생각할 사, 슬퍼할 도, 사도 세자라 하라
[혜수]
2015년, 이준익 감독이 사극 영화의 대가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영화 <사도>.
영조 : 이것은 나랏일이 아니고 집안일이다.
[혜수]
영화 <사도>는 한국(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 – 사도세자가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서 죽은 사건 (임오화변)을 다룬 영화입니다.
[임오화변] 1762년 7월 4일 사도세자가 부친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죽은 사건
사도 : 언제부터 나를 세자로 생각하고 또 자식으로 생각했소?
사도의 어머니 : 세자가 그리한 것은 마음의 병 때문이니 처분은 하시되 은혜를 베푸시고…
[혜수]
<사도>는 정통 사극을 표방합니다. 때문에 드라마적 상상력은 최대한 배제했는데요.
[한국어 인터뷰 시작]
(이준익 감독) : 사도 같은 경우는 뭐 90%가 다 기록에 있는 거에요. 조선시대 같은 경우는 유난히 우리나라 선조들이 기록에 충실했어가지고 사도와 관련된 이야기에 다양한 자료들이 많아서, 작가들이 그것을 충분히 다 검토해서 90% 이상이, 심지어 영화 속에 나오는 대사들도 기록에 다 있는 대사들이에요.
(혜수) : 아 그렇군요.
(이준익 감독) : 그런게 대부분이에요.
[한국어 인터뷰 끝]
영화 <사도>
영조 : 옷차림이 이게 뭐니? 일처리는 그렇게 딱 부러지게 하더니만, 이거 대님 다시 매라.
[혜수]
(작품은 철저하게 고증에 충실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의 흐름에 따라 “영조”와 “사도”라는 이름은 관객의 머리에서 지워집니다.
영조 : 왕은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야. 신하들의 결정을 윤허하고 책임을 묻는 자리다.
[혜수]
“왕”의 자리에서 아들에게 학문과 예법을 강요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
“세자”의 무게를 힘겨워했던 아들의 이야기일 뿐이죠.
(이상과 가치관이 달랐던 부자 사이에 빚어진 애증과 비극인 것입니다.)
어린 정조 : 아들이 아비에게 물 한잔도 드릴 수 없사옵니까?
[혜수]
이준익 감독은 사도가 뒤주에 갇혀 죽기까지 8일의 시간을 통해, 영조와 사도의 내면과 감정 변화를 집중적으로 묘사하여 아주 밀도 있는 연출에 성공합니다.
[한국어 인터뷰 시작]
(혜수) : 어, 뭐라고 해야할까… 캐릭터에 따라서 이렇게 감정을 이입해서 따라갈 수 있도록 연출을 해주셨어요. 매우 시야를 넓혀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아주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이준익 감독) : 사극을 많이 찍다 보니까 뭐든지 자꾸 하면 는다고…, 인간의 어떤 그 본성이라는 것은 시대나 어떤 상황을 뛰어넘는 관계에서 오는 본질이 있잖아요. 뭐 아버지와 아들이라든가 또 부부관계 또 자식.. 그런 어떤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나 이야기는 다르지만 관계에서 나오는 감정은 같을 수밖에 없다… 굳이 역사 이야기를 몰라도 인간이라면 똑같이 느끼는 감정들을 다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영화 <사도>
사도세자 (영조로부터 어린시절 선물받은 부채를 쥐고 뒤주 속에서 오열한다)
(혜수) : 유아인씨의 연기도 너무 대단했었잖아요? 사도를 보면서 아…정말 저 배우가 미치지 않고서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할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했는데요, 유아인씨가 남우 주연상도 거의 모두를 휩쓸었잖아요? 2015년에…
(이준익 감독) : 맞아요. 오. 유아인은 매우 쿨한 인간이에요. 그 순간에 충실하고 그거 이상의 어떤 과도한 자기 겉치레나 치장이 없어요. 그래서 앞으로 유아인은 사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이 먹으면 더 큰 매력을 보여줄 배우죠.
[한국어 인터뷰 끝]
영화 <왕의남자>
[혜수]
조선의 대표적 폭군 연산군과 풍자와 해학의 주체인 광대, 그들의 질투와 열망이 부른 피의 비극 <왕의 남자>
영화 <사도>
영조 : 이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혜수]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서 죽게 한 아버지 영조의 이야기 <사도>
영화 <동주(2016)>
윤동주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름도 언어도 꿈도, 그 어떤 것도 허락되지 않았던 일제시대, 절망적인 순간에도 시를 쓰며 시대의 비극을 아파하던 시인 <동주>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
이준익 감독의 영화에는 비극이 많습니다.
그가 비극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준익 감독은 비극이 사람의 마음을 고통스럽게 함과 동시에 역설적으로 카타르시스와 위안을 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통찰하고 있는 듯 합니다.
영화 <사도>
사도세자 : 허공으로 날아간 저 화살이 얼마나 떳떳하냐?
[한국어 인터뷰 시작]
(이준익 감독) : 저는 특히 사극을 많이 찍어오면서 반복적으로 집착했던 것이, 비극인 것 같아요, 비극. 저 자신도 마찬가지지만 모든 인간이 살면서 행복하고 즐거운 일도 있지만, 아마, 아프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훨씬 더 많을 거에요. 저도 그렇고. 그래서 자기 삶의 고통이나 아픔, 또 사극에서 만나는 비극의 슬픔, 그런 것들이 나의 삶을 좀 위안해 주고 있고, 그 비극이 주는 교훈 때문에,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비극을 예방할 수 있고, 그런 것이 아마 제가 사극을 찍으면서도 저의 비극성을 치유하고 싶은 그런 무의식의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혜수) : 감독님께서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만드셔서 그런지, 저희도 영화 보면서 많이 치유되고 매우 따듯함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비극이라도…
(이준익 감독) : 난, 기쁨보다 슬픔이 훨씬 아름다운 것 같아요.
(혜수) : 왜… 어떤 면에서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이준익 감독) : 기쁨은 뭐 이렇게 즐겁고 신나고 나면 뭔가 휘발되는 느낌이 있는데, 슬픔은 이렇게 내 안에 스며드는 느낌이 있어요. 그리고 그것은 언제든지 다시 이렇게 새록새록 나의 가슴을 적셔주는…. 슬픔 그 자체는 참 그야말로 비극이지만, 슬픔을 아름답게 표현해 내면, 기쁨이 주는 아름다움보다 훨씬 더 나를 따듯하게 하는 면이 있어요. 내가 약간 이상한 건가요?
(혜수) : 수도하시는 분 같아요.
[한국어 인터뷰 끝]
영화 <동주>
친구A : 니 신춘문예에 당선됐다고 난리 났어
몽규 : 아이, 너 이 개새끼 같은 새끼. 너 이, 쉰 소리 하니 지금?
친구A : 야야 진짜래두..
몽규 : 아, 참말, 아 참말이가?
친구A : 몽규야…
몽규 : 야, 진짜니? 살다보니 이런 일이 다 있노? (둘이 얼싸안는다)
……….
몽규 : 하나님은 원래 원치 않는 건 쉽게 주시나보다 야.
동주 : 훗, 그래. 니한테는 신춘문예 당선이 그렇게 쉬웠니?
몽규 : 아새끼래 그거이
동주 (매우 괴로워 한다)
[한국어 인터뷰 시작]
(혜수) : 감독님 영화 속의 인물들을 보면 공통된 키워드랄까요? 주로 사람들이 많이 말하는 것이 ‘열등감’인 것 같아요.
(이준익 감독) : 음.. 모든 인간은 열등의 존재이고, 그 열등감은 항상 관계 속에서 나온다는 거에요. ‘사도’에서 아버지 영조의 과도한 집착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인가? 그것은 이제 영조가 왕이 되는 과정 속에서 겪었던 자신의 열등감을 만회하려는 심리, 에 또 동주가 몽규에게 갖는 현실적인 열등감, 뭐 그런 것이 실질, 그 배우들이 씬에 맞는 연기를 해 가는 과정 안에서 그 감정의 본질로 들어가다 보면, 결국에는 자신의 열등감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혜수) : 터뜨려 내야죠…
(이준익 감독) : 그것은 꼭 이영화 뿐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삶에서 나의 태도를 타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내가 어떤 순간 욱하고 화를 내든가, 아니면 누군가를 매우 질투하든가 하는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마 그 원인은 열등감일수 있어요.
(혜수) : 그럼 그걸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이준익 감독) : 인정하는 거죠.
(혜수) : 아, 열등감을 인정하는 것…
(이준익 감독) : 열등감은 뭐 꼭 극복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열등감을 인정하면 돼요. 인정하면 그것으로부터 내가 비극을 맞이하지 않아요. 뭐 소크라테스처럼 너 자신을 알라고, 또 공자님 말씀도 그렇고… 굳이 열등감을 뛰어 넘겠다고 과도하게 노력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고, 또 누군가는 나에게 열등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열등감을 굳이 뭐 극복의 대상으로 생각할 필요은 없는 것 같아요.
(혜수) : 인정하고 자기 자신의 한 부분으로 사랑하라는 말씀인 것 같아요.
(이준익 감독) : 그렇죠.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의 잘난 점을 사랑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 사람의 못난 점 까지 같이 사랑해야 진정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혜수) : 아, 그거 너무 쉽지 않은 것 같은데… 이렇게 말씀하시면..하하
(이준익 감독) : 사는 게 다 어렵죠. 하하
[한국어 인터뷰 끝]
“나는 공동작업, 같이하는 것, 화이팅
뭐 이런 것 같이하는 걸 좋아하지”
“혼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아마 너무 고통스러울거야.”
– 이준익 감독 인터뷰 中
[한국어 인터뷰 시작]
(혜수) : 다음에는 어떤 영화를 만드실 건가요?
(이준익 감독) : 지금 여러개를 준비하는데, 그 중에서 지금 마음에 끌리는 것이 SF에요.
(혜수) : 아, 그것은 매우 다른데요. 지금까지와는…
(이준익 감독) : 전혀 다르죠. 사극하고 정 반대일 것 같기는 하지만…저는 사극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현실에 없는 판타지니까.
(혜수) : 예를 들면 뭐 다른 별, 다른 행성?
(이준익 감독) : 아니, 그렇지는 않고요, 근미래, 근미래 한 50년 후 2천 한 60년대? 에 기계문명이 인간의 삶에 더 많이 영향을 미치는 시대? 아직은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잘 모르는 이야기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SF쪽에 더 마음이 가고 있어요.
(혜수) :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돈’과 ‘독’은 고작 ‘ㄱ’과 ‘ㄴ’ 차이지만 ‘돈’은 ‘독’이 묻어서 온다. 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 말씀이 매우 인상 깊었었거든요. 이 인터뷰를 읽어보면서요?.
(이준익 감독) : 오 그래요?
(혜수) : 그럼, 감독님께 가보자. 인생에서 독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 물어보자…
(이준익 감독) : 오(깊이 생각하고나서).., 질투심. 비교하는 것. 때로는 내가 누구를 비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내가 누구로부터 비교 당하죠. 그 비교하고 비교 당하면서 행복과 불행이 생기고, 비교하면서 질투가 생긴다고 (할 수 있죠). 그런 것들에 내가 휩싸이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혜수) : 질투심은 가장 많이들 가지고 있는 마음이지만, 가장 제거하기 힘든 마음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요.
(이준익 감독) : 그렇죠. 그럼요.
(혜수) : 오늘 인터뷰 매우 감사합니다.
[한국어 인터뷰 끝]